<화제작기행><저자는말한다>"전기 하느님" 잭 마일즈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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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셰익스피어의 『햄릿』,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등 명작이 오랫동안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은 정의와 불의 사이에서 심적갈등을 겪는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개성에 힘입은 바 크다.『성경』이인류의 영원한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 또한 그 주인공격인 하느님의 극적인 개성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나는 언젠가 성경을 읽으면서 초반에 그렇게도 적극적 활동을 보이던 하느님이 왜 뒤쪽으로 가면 갈수록 침묵속으로 빠져드는가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그 미스터리를 풀고자 한 노력의 결실이 바로 이 책이다.신화와 픽션,역사적 사실을 재해석함으로써하느님의 진짜 정신세계를 더 절실하게 여러 사람들앞에 드러내고싶었던 것이다.
고대 유대인과 기독교인은 성경 배열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점을보인다.기독교 구약의 경우 이사야.예레미야.에스겔과 또다른 12명의 예언자들이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지만 히브리 성서에는 중간 정도에 나타난다.때문에 하느님의 역정(歷程) 을 되짚는데는유대인들의 배열순서를 따르는 것이 더 편하다.
하느님은 창세기에서 열왕기까지는 활발히 행동하다가 예언자서에이르면 말은 하되 행동은 자제하고,욥기 이후에는 완전히 침묵속에 빠져든다.간단히 말해 하느님의 「일생」은 행동-말-침묵의 패러다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성경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일관성이 없는 여러 개성들이 하나의 보편적인 개성으로 흡수됨을 알 수 있다.이 책을 잡기 전에독자들은 먼저 성경은 완벽하다는 기존관념과 하느님에 대한 신학적 도덕감을 일단 접어둘 필요가 있다.이 책은 성경에 대한 신학적 접근도 아니고 도덕서는 더더욱 아니다.단지 일반인들이 성경과 하느님을 보다 쉽게 느낄수 있도록 하고 싶었을 뿐이다.
시공을 초월한다지만 「성적(性的)활동이 없는」성경속의 하느님으로서는 인간을 객체로 하지 않는 행동은 결코 취하지 않는다.
이렇게 볼때 성경에 나타난 하느님의 행적은 「자기계시」의 과정이면서도 「자기발견」의 과정이기도 하다.어쨌든 이 작품이 신학의 범주가 아닌 문학으로 인정받았으면 하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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