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5 프로야구의 개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프로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따스한 봄기운 속에 95프로야구가15일 개막돼 6개월간 8개팀이 1백26게임씩 모두 5백4게임을 치르는 페넌트레이스를 시작함으로써 겨우내 기다려온 야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프로야구는 82년 시작이후 지난해까지 13년동안 전국민과 거의 맞먹는 연인원 3천8백여만명이 구경했으니 이제 국민적 스포츠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시작 당시 많은 구설수 속에서도 「어린이에게 꿈을,젊은이에게 정열과 낭만을,온국민에게는 건전한 여가선용을」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던 프로야구가 과연 그동안 이같은 구호에 얼마나 충실했는가는 의문이다.판정시비와 경기장 폭력 이 끊이지 않는 그라운드,욕설이 난무하고,걸핏하면 쓰레기통이 불타며,쓰레기가 수십트럭분씩 쌓이는 관중석의 무질서,주말 큰게임마다 빠지지 않는 불청객인 암표상,음식물 찌꺼기와 먼지가 시꺼멓게 녹아붙어 앉기조차 거북한 관람석 의자들,남 녀용 구분도 제대로 안된채 악취풍기는 경기장내 화장실등….어느 것 하나 가볍게 보아넘길 수 없는데도 프로야구 출범이후 지금까지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는 고질(痼疾)들이다.
이런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관중이 계속 늘고있다는 데서도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프로야구를 즐기는지 알 수 있다.그러나 팬이 많다고 해서 이런 문제를 소홀히 한다면 팬들이 외면하는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프로야구의 연륜으로 보아 이제 우리도 수준높은 경기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야구팬이나 구단 관계자,프로야구를 관할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물론이고 경기장을 관리하는 지방행정기관까지 모두 고칠 것은 고 치고,바로잡을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마침 경찰은 이제 경기장내의 경비는 구단 자체청원경찰에게 맡기고 장외경비만 맡겠다고 통보했다.경기장내에 경찰이 길게 줄지어 있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지 않거니와 경찰 본연의 업무도 아니기 때문에 이를 나무랄 수만도 없다.그러나 경기 장 질서가 흐트러져서는 안될 일이므로 구장내 경비체계가 완비될 때까지는 경찰의 지원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