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시하라의원 사퇴 파장-政界개편 촉진제역할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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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은 내시(內侍)같은 국가로 전락했다.』 일본의 대표적 우익정치인중 한 사람이자『NO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저자인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郎.자민)의원이 14일 갑자기 의원직을사퇴한 뒤 내뱉은 독설(毒舌)로 일본정계는 더욱 어수선해졌다.
『일본의 장래를 망칠 수 있는 일들이 수두룩한데도 정치가들은자기보신에만 급급하고 있다.』 『일본은 국가로서 명확한 의사표시 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사회당이 행정에 익숙하지 못하니까 자민당이 형(兄)이 되어 잘 해나가는가 했더니 순전히 관료들이 하는대로 따라가고 있다.단독정권때보다 더 못해졌다.』 이시하라의「거세국가론(去勢國家論)」은 현 연립정권을 비롯한 기성세력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때마침 통일지방선거에서 기존 정당들이 이른바 무당파(無黨派)에 의해 참패한 시점이라 파장이 자못 커졌다.정계재편 움직임에촉진제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견해도 있다.
그의 의원직사퇴및 독설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두 갈래로 나뉜다.『나라를 위한 충정 때문이다.이해된다』는 측과『어려울수록 국회에 남아 애쓸 것이지 자기 혼자만 살겠다고…』라며 못마땅해하는 측이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자민당총재는『대단한 결단이다.모든 사람들이 많든 적든 지금의 정치에 의문을 품고 있다』며 일단 높이평가했다.
와타나베 미치오(渡邊美智雄)前외상도『정계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다.공감한다』고 이해하는 쪽에 섰다.
그러나 비판도 만만치 않다.자민당의 한 간부는 이시하라가 정계를 싸잡아 비난한데 대해『자신도 정치가이면서…』라고 야유했다.『이시하라의 장기인 과장 제스처가 또 나왔다』는 시각도 있다. 야당인 신진당의 한 인사는『원래 자민당과 사회당은 물과 기름이지 않았느냐』며 이시하라의 의원직 사퇴를 자민당내「불만분자」의 돌출행동으로 깎아내리면서 연립정권이 속히 무너지길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시하라는 14일 사퇴표명 직후『정치를 그만두지는 않겠다』고말했다.때문에 다음 선거 또는 자치단체장 선거를 노린 포석이라는 관측도 많다.
정당전체가 바닥인기인 지금 파란을 일으켜 주가를 올리려 했다는 분석이다.나아가 無당파층 유권자를 노린 신당(新黨)결성을 염두에 둔 행동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올해 63세의 이시하라는 8선의 중의원 의원으로 운수상을 역임했다. [東京=盧在賢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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