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영 파워 ‘오바마 돌풍’ Y세대가 이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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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시간 잠자고, 직장·학교에서 10시간을 보낸 뒤 남는 시간은 전부 오바마에게 바쳐요. 물론 주말에도요.”

1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오바마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운동원 신디 매건(24).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존스홉킨스대 대학원(경제학)에 재학 중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민주당 대선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연설을 듣고 감동해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매건은 박봉을 쪼개 매달 30달러씩 기부금도 낸다. 부모와 친구 10여 명을 설득해 400달러의 모금 실적도 올렸다. <관계기사 6면>

오바마가 19일 위스콘신·하와이주 경선에서 승리, ‘수퍼 화요일’(2월 5일) 이후 파죽지세로 10연승을 기록한 비결은 바로 매건 같은 ‘영 파워(Young Power)’에 있다. 매건은 오바마가 힐러리 대세론을 뒤집고 승기를 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1월 26일) 때 직접 현장을 누볐다. 친구 3명과 교대로 차를 몰아 도착한 뒤 150가구를 돌며 오바마 지지를 호소했다. 하루 200달러인 호텔비도 자기 돈으로 물었다. 일요일은 흑인교회를 일일이 찾아다녔다. ‘수퍼 화요일’엔 델라웨어주에서 가가호호를 도는 강행군을 했다.

매건은 “오바마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어 그간 고생한 보람이 있다”며 “대선 본선거가 치러지는 11월 4일까지 선거사무실에 개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미국과 세계를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을 하는데 몇 달쯤 놀지 못하는 것 정도야 참을 수 있다”며 웃었다.

2008년 미국 대선 현장은 매건 같은 젊은이들의 참여 열풍으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첫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1월 3일)에서 2004년 13%에 불과하던 18~29세 유권자의 투표율이 세 배 이상 급증한 것을 필두로 곳곳에서 젊은 층의 투표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젊은이들은 투표에 참여할 뿐 아니라 좋아하는 후보의 선거 운동에 직접 나서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유권자 단체 ‘영 보터 팩(Young Voter Pac)’의 제인 플레밍 웹 총무는 “정치에 무관심한 게 특징이었던 미국의 ‘Y세대’가 기성 세대에 대한 분노와 소외감 때문에 정치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들 젊은이가 이라크전·경제난·지구온난화 등 이전 세대가 초래한 재앙 때문에 자신들이 피해자가 된 상황을 정치 참여를 통해 직접 타개하려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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