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뽀빠이와 시금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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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는 ‘뽀빠이’에게 힘을 주는 채소다. 영양적으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우리는 데쳐서 나물로 무치거나 토장국에 넣고 끓여 먹지만, 서양에서는 대개 어린 싹을 샐러드로 먹거나 약간 익혀서 먹는다. 너무 오래 열을 가해 조리하면 비타민C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시금치는 카로티노이드 ‘3총사’가 모두 풍부한 채소다. 카로티노이드란 눈 주변에 쌓이는 유해산소를 제거해 주는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이다. 수많은 카로티노이드 중에서도 루테인, 제아잔틴, 베타-카로틴 등 ‘3총사’가 우리 눈을 보호해 주는 가장 강력한 파수꾼이다. 영양학자가 눈에 좋은 식품으로 시금치를 우선 꼽는 것은 이래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45세 이상 간호사 7만여 명을 대상으로 1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루테인, 제아잔틴을 충분히 섭취한 사람은 적게 먹은 사람에 비해 백내장 수술을 받을 확률이 22%나 낮았다. 남성 의사 3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등과 같이 루테인과 제아잔틴이 풍부한 채소를 즐겨 먹을수록 눈이 더 건강했다.

루테인은 하루 12~30mg쯤 섭취하면 적당하다. 익힌 시금치 한 컵엔 20mg, 생시금치 한 컵엔 4mg이 들어 있다. 베타-카로틴 함량(100g당)도 36mg으로 당근(14mg)보다 높다.

시금치는 노인성 황반변성(AMD)을 막는 데도 효과적이다. 역시 카로티노이드 ‘3총사’의 힘이다. AMD는 백내장과 함께 65세 이상 노인에게 실명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은 백내장, AMD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시금치는 담배의 니코틴이 체외로 배설되는 것을 억제해 흡연 욕구를 줄여 주므로 눈 건강을 간접적으로 지켜 준다. 그러나 소고기, 돼지고기 등은 니코틴 배설을 촉진하므로 담배에 자주 손이 가게 만든다.

제아무리 건강에 좋은 시금치에도 약점은 있다. 일부 예민한 사람에겐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또 시금치에 든 옥살산염은 칼슘의 흡수를 방해한다. 따라서 칼슘 섭취가 부족한 사람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갑상선 기능을 떨어뜨리는 고이트로젠이란 물질도 들어 있다. 갑상선 질환 환자에게 시금치를 권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통풍, 신장 결석을 유발·악화시킬 수도 있다. 시금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시금치 대신 피망·계란 노른자·케일·옥수수·키위 등을 먹어도 루테인과 제아잔틴을 보충할 수 있다.

● 카로티노이드 ‘3총사’를 충분히 섭취하면 천연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 ‘선글라스’는 태양의 자외선과 이것이 만들어 내는 유해산소로부터 우리 눈을 보호한다. 시금치는 카로티노이드 3총사가 모두 풍부한 채소다.

박태균 기자

출처: 박태균 가자의 메디시널푸드
편집: 조인스 헬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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