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혐오시설을 명소로 … ‘디자인의 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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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서울 노원소각장 인근 주민들은 오스트리아 빈 소각장(사진)을 견학했다.

올해로 예정된 소각장의 미관 개선 작업에 참고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귀국 후 “빈 소각장 수준으로 리모델링해 달라”고 요구해 서울시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8일 빈 소각장을 방문한 현지에서 “직접 보니 주민들의 진정한 뜻을 알 만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소 예산이 늘더라도 소각장 경관 개선 계획을 보완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1992년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리모델링한 빈 소각장은 빈 시민들에게 도시의 자랑거리로 자리잡았다. 테마파크를 연상케 하는 빈 소각장은 삭막한 모양의 굴뚝과 칙칙한 빛깔로 혐오감을 자초하는 서울의 소각장과 대조적이다. <본지 2월 15일자 1면>

현재 서울 노원(중계동)·강남(일원동)·양천(목동) 소각장에서 반경 300m 안에 사는 주민들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 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법에는 주민지원기금을 조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 스스로 ‘소각장=혐오시설’로 못 박은 것이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는 소각장 인근 주민들에게 보상한다. 노원소각장의 경우, 서울시는 주변 6000여 가구에 연간 75억원을 지급한다. 소각장의 혐오스러운 외관이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란다. 일종의 위로금 성격이다. 보상금은 2년마다 도매물가 인상률을 기준으로 올려준다.

소각장이 가동을 멈출 때까지 계속 줘야 한다. 강남·양천 소각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반면 빈에는 소각장 인근 주민들에게 금전으로 보상하는 제도가 없다. 혐오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보상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최신 공해설비를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소각장” “해마다 전 세계에서 공무원·학자·주민 등 5000명이 견학을 오는 세계적 관광명소”이기 때문이다.

빈은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주기보다 그 돈으로 소각장을 환경친화적인 명소로 꾸몄다. 거기엔 ‘디자인의 비밀’이 숨어 있다. 세계적 건축가를 영입하고 디자인을 입혀 도시의 명물로 재탄생시켰다.

빈의 사례는 서울시가 원지동에 추진 중인 추모공원(화장장) 조성 사업에도 참고할 만하다. 디자인과 테마파크 개념이 조화된 추모공원을 만들면 어떨까.

성시윤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