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 유니폼없는선수 31명 파업으로 계약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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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오랜 파업끝에 미국프로야구 스프링캠프가 뒤늦게 막을 올린 가운데 올해 처음 등장한 이색적인 스프링캠프가 눈길을 끌고 있다. 스프링캠프는 매년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각 구단들이 선수들의 몸을 풀고 전력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하는 훈련장.캠프에 참가한 선수들은 모두 쫓겨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하곤 한다.캠프를 떠난다는 것은 방출이나 마이너리그행을 의미하기 때문.
그러나 올해 28개 구단이 마련한 28개의 스프링캠프외에 유니폼도 없는 선수들로 구성된「29번째 스프링캠프」가 있다.이곳은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한 자유계약선수들을 위한 훈련장.8개월 가까이 끌어온 노조파업의 부산물이다.
시즌이 끝나고 계약이 만료된 선수들은 대개 오프시즌동안 새 팀을 찾아 연봉협상을 벌인다.하지만 올해는 파업으로 인해 협상이 불가능했다.이로 인해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한 선수들은 한편으론 협상을 벌이며 또 한편으로 오는 26일(한 국시간)로 다가온 정규시즌에 대비하느라 이 캠프를 찾게된 것.
최근 이곳에는 31명의 선수들이 선수노조가 제공한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고 있다.이들은 거의가 몸값이 비싼 베테랑들.
88년 오럴 허샤이저와 함께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제패에공헌했던 투수 팀 벨처(지난해까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소속)를비롯해 토드 스타틀마이어(토론토 블루제이스),포수 베니토 샌티아고(플로리다 말린스),미키 테들턴(타이거스) 등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들은 몸값이 비싸 구단들이 꺼리고 있어 협상이 늦어지고 있다. 최근 투수 데이브 스튜어트와 릭 허니컷이 겨우 오클랜드 에이스와 계약을 맺어 이곳을 떠났다.이들은 연봉삭감을 감수하고서야 겨우 직장을 얻은 것.
스튜어트의 경우 지난해 토론토에서 4백25만달러를 받았으나 오클랜드와는 1백만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 프로야구의 전반적인 추세다.파업으로 타격을 입은 구단들이 예산절감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아예 값비싼 스타플레이어를 트레이드하고 신인들로 팀을 재편하는 구단도 있다. 일부 베테랑들은 이같은 흐름속에 자칫 영영 메이저리그를떠나야 할 위기를 맞고 있다.현재「29번째 캠프」를 지키고 있는(?)베테랑들은 하루 빨리 새 직장을 얻기 바라면서도 이대로메이저리그를 떠난다 해도 후회 없다는 담담한 표정들 이다.그들은 이미 많은 돈을 벌었으며 이번 파업으로 후배선수들이 계속「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면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支社=許鐘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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