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입 정시 논술 문제 분석] 인문계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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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009학년도 대입 정시 논술에서는 가이드라인이 없어진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논술을 어떻게 치를지 부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어 제시문 추가, 심화 문제 출제 등으로 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통합교과형이라는 큰 틀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합교과형으로 처음 출제한 2008학년도 대입 논술문제 분석을 통해 올해의 출제 유형을 전망하고 준비 방법을 알아본다.

 ◇문제 형식=복수 문항·복수 논제가 주를 이뤘다. 대학들은 단계별로 복수의 문항을 주고 수험생의 사고 과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려고 한 것이다.

복수형 논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공통 주제 아래 여러 가지 논제들을 주거나, 서로 다른 개별 논제들을 주는 방식이다. 논제가 늘면서 제시문 길이는 짧아졌다. 하지만 개수는 늘고 종류는 다양해졌다. 이에 따라 여러 논제의 요구에 맞춰 핵심 내용만 간결하게 서술하는 글쓰기가 필요했다.

논제의 요구사항도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제시문의 요약·분석·비교·대조 ^제시문 간 관계 분석, 상호 비판, 공통주제 찾기 ^사회현상에 특정원리의 적용·추론 등을 주문했다. 나아가 제시문과 관련된 현실 사례 발굴과 해결책 제시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학들이 독해력·분석력·적용능력·문제해결능력 등 다각적으로 평가하려고 한 것이다.

제시문 형식도 풍부해졌다. 서울대는 조선시대 족보, 연세대는 연설문과 담화문, 숙명여대는 여론조사 결과, 건국대는 국정감사 자료를 내놓았다. 다양한 자료의 해석력을 평가한 것이다. 특히 교과서 지문이 많았다. 서울대는 정시에서 14개의 자료 중 사회문화·전통윤리·윤리와 사상 등 6종의 교과서에서 7개나 발췌했다.

문항별 답안 분량은 대체로 늘었다. 서울대는 5시간 동안 8개 논제를 주고 4600자를 쓰게 했다. 고려대는 3시간 동안 5개 논제를 2800자로, 연세대는 3시간 동안 3개 논제를 2600자로 쓰게 했다. 문제마다 배점도 다르고 시간도 길어 시간을 안배하는 게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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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내용=전반적으로 언어영역과 사회탐구영역의 통합을 시도했다. 그 와중에 시사 이슈가 최근 논술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의 철학적·사변적 주제가 줄고 사회적 쟁점의 비중이 높아졌다. ^사회구성원들의 이해 충돌 ^공공정책 상의 쟁점 ^논의 가치가 있는 사건 ^올바른 삶과 가치관 등을 다뤘다. 실생활 속에서 교과지식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려는 셈이다. 주목할 것은 대학들이 시사 이슈에 대한 지식을 묻는 게 아니라 현대사회의 문제에 대한 철학적 가치관, 올바른 미래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해결책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2008학년도 정시에서 서울대 3번 문항은 ‘사회문화’ 교과서의 물질적 풍요와 삶의 질에 관한 내용을 주고 공통수학·수학1의 개념을 사용해 소득과 행복의 관계,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키는 국가정책을 찾도록 했다.

연세대도 민족의식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한 뒤 다민족 사회로 바뀌고 있는 현재 우리 민족의 정체성에 대해 논하라고 요구했다. 성균관대도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의 원인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을 주문했다. 고려대 역시 사회과학서에서 발췌한 제시문을 통해 ‘신뢰의 유형과 발전 경향’ ‘불신사회의 문제점’ ‘세상에 대한 불신’ ‘한국인들의 사회적 신뢰도’ 등을 물었다.

결론적으로 수험생은 사회적 쟁점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인문·사회·과학적 견해를 정리하고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논거로 시사 이슈를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서울대 정시와 연세대 수시에선 인문계 논술에서도 부분적으로 수리적 사고력을 평가했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 수치화된 도표 속에서 관련된 사회현상을 찾거나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묻는 문제들이 그것인데, 수학 지식을 묻기보다 자료 해석 과정에서 필요한 수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이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2009 논술 대비 이렇게…학기 초 교과 단원별 주요개념 정리를

 2008학년도 대입 정시 논술고사의 특징은 다양한 제시문, 복수 논제, 까다로운 답안작성 조건, 문제 해결력 평가 등으로 압축된다. 특히 사회적 쟁점을 담은 주제를 제시하고 교과 지식을 활용해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요구가 많아 전반적으로 어려웠다.

그렇다면 2009학년도 논술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처방전 하나. 교과 개념을 충실히 익히자. 대학들은 고교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등장하는 주요 개념을 고려해 논술 문제를 출제한다. 그 예로 교과서 지문을 활용해 현대적 전통윤리 체계의 재확립에 관한 문제를 낸 서울대와, 문학작품을 제시문으로 주고 수단과 목적이 충돌할 때 현대 젊은이들이 가질 만한 고민을 문제로 낸 서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사회탐구 심화선택 과목 중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등은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기본 개념을 제공해 통합교과논술의 제시문이나 주제로 자주 활용되는 중요한 교과다. 하지만 학생 대부분이 이 과목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소설책 보듯 틈날 때마다 여러 번 읽어두자.

학기 초에는 교과 단원별로 주요 개념을 정리하자. 평소에는 단원별 학습활동 문항의 답안을 작성해보면서 주요 개념을 활용해보는 게 좋다. 교과서에서 배운 개념은 교양도서나 신문을 읽으면서 활용해 봐야 한다. 사회적·세계적 시사 이슈들을 뽑아 논점, 관점, 다양한 의견 등을 생각해 보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처방전 둘. 다양한 제시문의 분석능력을 기르자. 최근 논술 제시문에는 시·그림·도표·그래프 등이 많이 출제된다. 이 같은 시각적 자료를 제시하고 그 속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도출해 내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정보의 전달 방식을 다양화해 학생들의 이해·분석·추론 능력을 측정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비하려면 다의적(多義的) 해석이 가능한 시·그림·도표·그래프에서 논제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이들 자료의 작성 목적·배경·시사점 등은 무엇인지 친구들과 토의해보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신문에서 기사와 함께 제시되는 사진·도표·그래프 등이 기사 내용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으며 어떤 시사점을 함축하고 있는지 따져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처방전 셋. 사회적 쟁점 분석과 해결력을 길러야 한다. 사회문화 현상의 배경·원인과 결과, 문제해결 방안 등을 요구하는 논제는 최근 통합교과논술의 단골 메뉴다. 지난해 논술고사에서 기사문·담화문·판례·대화문 등을 논술 지문으로 출제하는 대학이 많아진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교과지식을 단순 열거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이를 활용해 복잡한 사회문제에 대한 수험생의 생각과 해결책 제시 능력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현실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을 경우 대안 자체가 추상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이를 보충할 수 있는 보약이 바로 신문이다. ▶1면 머리기사를 보고 기사 내용을 추론해 보기 ▶사건의 과정·원인과 결과·찬반 의견·해결책 등을 기사에서 찾아 스크랩하고 메모하기 ▶자신의 의견을 함께 서술하고 교과 내용과 관련시키는 연습하기 등을 해보자. 신문 읽기는 시사성과 함께 문제의 쟁점과 해결책, 대안까지 습득하게 해주는 좋은 공부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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