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성의전화 金禮淑대표"외도,결혼제도의 그림자인가"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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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너무 당황스러웠다.평지(平地)라 믿고 밟던 땅이 갑자기 무너져내린것 같아 뭐가뭔지 알수 없었다.미운정 고운정이 사랑이라고 믿고 살았는데….』 어느 TV연속극의 한 대목이 아니다.
지금 이 시점에도 남편의 외도로 가슴앓이 하는 여성들이 많다. 인천 여성의 전화 대표 김예숙(金禮淑.40)씨가 최근 펴낸『외도,결혼제도의 그림자인가』(형성사刊.1백77쪽.5천5백원)란 책에는 전국 8개 「여성의 전화」가 외도에 관해 상담한 통계가 실려 눈길을 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서울.인천.광주 등 대도시를 비롯, 강원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지난 한햇동안의 외도상담은 총 2천5백46건.이는 전체 상담 1만2천1백46건의 총 20.7%에 해당하는 수치로 가정사를 상담해오는 여성중 5 분의 1정도는 「남편의 바람」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상담건수가 가장 많아 총 6천8백58건중 17.1%인1천1백70건이 외도에 관한 것이었으며,전체 상담건수중 외도 상담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성남(31.9%),울산(28.8%)순이었다.
정확한 통계로 잡히진 않지만 여성들의 외도가 늘고 있다는 점또한 특기할만하다.인천여성의 전화가 1년동안 받은 상담건수 8백8건 중 단 9건만이 아내의 외도에 관한 상담이었지만 실제 아내외도의 증가현상은 거스를수 없는 추세라고 金 대표는 진단한다. 항간에 떠도는 소위 「묻지 마」관광은 일종의 그룹 미팅으로 같은 동네에 살거나 같은 직장의 기혼 여성들이 한 집단의 남성들과 관광버스를 타고 놀러가는 것을 일컫는 말.그 관광을 떠나는 모든 여성이 외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수 의 외도가 이를 통해 이뤄지는게 사실이라고.
한편 이같이 남편의 바람으로 가슴을 앓는 여성들에 대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책은 뭘까.
외도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으로 평가되는 이 책에서金대표는 『남편의 외도때 반드시 이혼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충고.이화여대 철학과 졸업후 美매사추세츠 주립대학에서 석사과정을수료하고 또한 다수의 여성학을 번역.저술한 金 대표의 이력을 생각하면 다소 이례적이나 우리 여성의 현실을 생각하면 상담자들에게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평이다.
그는 『현재의 결혼제도가 전업주부에게 경제문제를 해결해주고 사회적.심리적.성적으로 욕구와 지위를 해결해 사적 복지제도의 기능을 하고 있다』며 경제적.사회적.심리적 독립의 준비없이 이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金대표는 남편이 돌아오길 바란다면 절대로 해서는 알될 사항으로 다음 몇가지를 제시.
첫째,광란을 부리지 말것 둘째,남편을 협박하지 말것 셋째,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것이며 특히 상대여성을 만나지 말것을 당부한다.「조강지처」라는 개념이 살아있던 50,60년대라면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식이 통할지 모르나 이는 90 년대엔 통하지 않는 고전이라는 것.
또 자신의 성장 기회로 삼고 남편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며 좋았던 기억을 상기시켜 좋은 친구가 되도록 노력해볼 것등을 강조했다.
〈文敬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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