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99%의 불행을 떨쳐내는 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9호 24면

2년 전 여름 나는 바닥에 가라앉았다고 생각했다. 막연하게 나 하나 믿고 시작한 출판사는 더 이상의 적자를 감당할 수 없었고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다. 함께 술을 마실 사람도 없어 매일 저녁이면 집 식탁에서 혼자 소주를 마셨다. 마음이 약해지면 비관적이 되는 법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운이 없는 팔자였다.

결국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사무실에서 멀쩡히 앉아 있다가 쓰러졌다. 등이 칼로 후벼 파는 것처럼 아프더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결국 119 대원들이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데려갔다. 실려가면서도, 병원에 가서도 통증 때문에 나는 울부짖었다.

적당량보다 많은 진통제를 맞고서야 한숨을 돌렸는데 사람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감기로 병원에 가는 것 외에 잔병을 모르고 살아온 나였다. 하지만 그때 나는 처음으로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포를 느꼈다.

편집자가 붙인 한국판 책의 제목이 ‘1% 행운’인 걸 미루어 볼 때, 아마 에디슨이 말한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행운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에서 나온 듯하다. 이 책은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담이다. 표지 문구처럼 말하자면 운명의 하루를 만난 42명의 백만장자 이야기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백만장자는 성공한 사람을 뜻한다.

'1%의행운'잭 캔필드 외 지음, 고도원 외 옮김, 흐름출판 펴냄, 304쪽, 1만2000원

이렇게 말하면 비아냥거리는 투로 오해할지는 모르겠으나 부자라면 일단 도덕성부터 의심해야 하는 이 나라와는 달리 저들은 건전하고 배울 만한 아이디어로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당당한 부자들이다. 이 책은 그들이 어떻게 사업에 착안을 하고 성공했는지를 보여준다. 즉 성공을 위한 1%의 행운은 그들이 백만장자가 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순간을 말한다. 물론 그 다음에는 99%의 노력이 뒤를 받친다.

그들이 영감을 얻었을 때가 흥미롭다. 한참 사업에 순풍이 불 때가 아니라 위기에 직면했을 때 1%의 행운이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실패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거나, 앞이 막혀 버려서 이젠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 답답해할 때 영감이 떠오른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만한 재미는 여기에 있다.

발가락이 기형인 아이가 춤추는 것을 좋아해 결국 춤으로 기형인 발을 고치고 나중에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춤을 통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대중적인 스타일을 개발해 성공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집에서 취미로 만들던 장신구가 결국 수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는 회사로 발전한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를 위해 천연 비누를 만들어 쓰던 엄마가 비누로 성공하는 이야기는 신데렐라의 성공담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단순히 행운만으로 성공이 이루어지진 않는다. 행운 뒤엔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샤워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때 불현듯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기억할 것이다. 뭔가를 이뤄낸 사람은 욕실에서 나와 몸을 닦은 다음, 그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긴 사람이다.”

나는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중환자실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담당 의사를 긴장시키며 투병을 하게 되었다. 심장 뒤의 대동맥이 찢어져 출혈을 일으킨 `대동맥 박리증`이라는 병이었다. 병의 원인은 확실한 것이 없고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내가 나를 쓰러뜨린 것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도 행운은 있었다.

신속한 구급 조치와 치료로 부작용 없이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의 심각했던 상황에 비하면 신속하게 두 달 만에 퇴원하게 되었다. 종일 병상에 누워 나는 생각했다. 이 정도로 끝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부작용도 후유증도 없이 멀쩡하게 걸어서 병원을 나갈 수 있는 건 얼마나 대단한 행운인가. 그리고 문병을 온 많은 사람을 보면서 한때 외롭다고 한탄했던 것 역시 엄살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물다섯의 나이에 갑작스러운 병으로 전신마비에 실명까지 하게 된 한 전도유망했던 청년은 그래도 자신에게 예민한 감각의 코가 살아 있음을 알고 그 코의 감각을 이용해 와인 바를 열어 성공한다. 그의 가게 이름은 ‘심포지엄’이다.

요란하지 않고 호사스럽지도 않지만 진지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분위기의 그 와인 바에 나도 한 번 가보고 싶다. 코가 살아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 사람과 한잔 하면서 1%의 행운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1%의 행운은 99%의 불행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아닌가 싶다. 새로운 결심을 남발하는 정초에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전윤호씨는 198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으로『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순수의 시대』『연애소설』등의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