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제언>사법개혁은 경찰기능 개선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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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문민정부의 사법개혁이 법조인수의 확대,전문법과 대학원 설치,법조일원화 등을 골자로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이번 사법개혁은 가장 보수집단이라는 검찰.법원.교정에 걸쳐 검토됐다는 점에서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 핵심부분이 빠져 있어 개운찮은 점이 있다.이는 바로 경찰.검찰.법원.교정의 4단계로 이루어지는 형사사법절차의 첫 단계인 경찰사법기능에 대한 검토가 빠졌다는 것이다.국민이 절실히 원하고 있는 부분은 비싼 변호사 비용이나 전관예우등의 문제뿐 아니라 이웃과의 사소한 시비 또는 단순한 폭행사건,그리고 교통사고등 일상 생활에서 문제가 되었을 때 맨 처음 접촉하게 되는 경찰에서의 사법처리가 얼마나 공정하고 편안하게 이루어 지는가다.
즉 국민에게 문제가 제기됐을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은파출소.형사계.교통사고조사반의 경찰관인 것이다.아울러 현재 형사사건의 97%를 경찰에서 처리하고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경찰은 나름대로 노력을 해오고 있다.그러나 낮은 평판으로 인한 경찰채용상의 문제,수뇌부의 잦은이동,수사구조의 불합리등 구조적 모순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자체의 발전노력은 한계에 부닥쳐 무위로 끝나 버리고 말았다.정부차원에서 경찰도 포함시켜 미완성의 이번 사법개혁 마무리 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필수적이다.
경찰사법기능 개혁의 기본 방향은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일선 경찰관의 자질향상과 독자적 권한 부여다.우리나라의 경우 경찰간부는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으나 국민과의 접점에 있는 일선 경찰관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
건전한 양질의 경찰관이 현장에서 소신있게 보장된 권한을 행사할 때 법질서가 유지되고 국민은 법에 의해 보호될 수 있는 것이다. 경찰에 대한 개혁문제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거론조차 터부시 했으며 그 이유는 기득권층의 이익고수 및 나름대로의 정치적 계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앞에서 밝힌대로 수사구조의 합리화를 포함해 경찰에 대한 사법개혁이 이루어지고,경찰의 중립성 보장까지 완성될 때 경찰의 세계일류화는 달성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박병국〈경정.경찰청치안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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