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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길잡이>5.영국의 논술시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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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수익성에 기초한 착취와 지배의 관계다.이 주장을 몇개의 개발도상국가나 지역을 예로 들어 비판적으로 논술하라.』 『현재의 재정상태를 설명하면서 고질적인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정책들을 비교논술하라.』 이 문제들을 어느 대학원의 시험문제로생각할지도 모른다.그러나 이것은 91년 영국 대입시험인 GCE(General Certificate of Education)에 출제된 사회학과 경제학 시험문제 중 하나다.영국에서 대학에진학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국내 대학원생들도 쉽게 답할 수 없는 이 시험을 치러야한다. 우리와 달리 5년의 중.고등학교를 마친 학생들은 졸업시험에 해당하는 4~5개 과목의 GCSE(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를 치른다.이 시험은 과목당 3시간씩 논술로 치러지며,암기보 다는 이해와 지식의 응용능력에 많은 비중을 둔다.
이 시험을 거쳐 졸업한 학생들은 일종의 대학예비 과정인 2년의 GCE과정을 거치면서 3~4과목의 GCE시험을 준비한다.역시 논술로 치르는 GCE에서 각 과목당 출제된 10문제 중 3문제를 선택한다.각 문제당 주어진 시간은 3시간.
따라서 한 과목당 9시간이,GCE를 통과하기 위해 총 27~36시간 시험을 치른다.이 시험은 사실적 지식을 묻는 GCSE와 달리 「주장」을 중심적으로 묻는다.
이 시험에서 꼭 A급만이 대학에 가는 것은 물론 아니다.대학의 요구에 따라 그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옥스퍼드 대학의 경우 이 시험과 함께 대학에서 연구할 과제를 담은 「연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그 내용이 입학여부에 많은 영 향을 미친다. 몇백년에 걸쳐 정착된 이같은 영국의 시험제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귀국하여 대입시험을 치른 김지혜(영국문화원)씨는 『한국 고등학교에서 암기식 교육에 적응할 수 없어 입시공부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고 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환교수로 가 있는 강순원(한신대.교육학)교수는 『영국의 논술시험을 볼때 현재 우리의 암기식 교육으로는국제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화 시대에 선진국과 경쟁할 수 없다』고 단정한다.경쟁력 있는 교육을 위해 가능한 과목 에 대해 논술시험을 도입하는 등 시험형식의 다변화를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회에는 「독일의 아비투어 어떻게 출제되나」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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