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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인천공항철도는 승객 ‘13배 뻥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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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승객 김창순(62)씨는 “무거운 여행가방을 들고 타려니 번거롭고 힘들다”며 “전철 환승 비용까지 따지면 가격(직행 7900원, 일반 3100원)도 별로 싸지 않다”고 말했다. 철도를 만들 당시의 예측대로라면 이 열차는 승객으로 가득 찼어야 한다. 건설교통부가 예상한 하루 승객은 20만 명이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개통 후 하루 평균 이용객은 1만5000명에 불과했다. 전망치가 13배나 뻥튀기된 셈이다.

빗나간 예측은 공항철도만이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민자사업으로 도로를 닦으면서 추정한 교통량이 평균 50% 과대 추정됐다고 밝혔다.

자동차 150만 대가 다닐 것이라고 큰소리쳤는데 도로를 개통하고 나니 100만 대만 다닌다는 얘기다. KDI의 분석 대상은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우면산터널을 비롯한 7개 대형 민자사업이다. 뻥튀기 예측을 근거로 만든 뒤 생기는 적자는 모두 국민 세금으로 메웠다.

◇빗나간 예측=민자사업자는 수요량 예측 조사를 하면서 발주자의 입맛에 맞는 자료를 쓰기 마련이다.

부산과 경남을 잇는 경전철 사업이 대표적이다. 건교부·부산시·김해시와 민자사업자는 부산시 인구가 2021년이면 427만 명이 될 것이란 자료를 사용했다. 그러나 통계청의 예측은 이보다 88만 명 적은 339만 명이었다.

김강수 KDI 연구위원은 “발주자 요구에 맞추려다 보니 확정되지도 않은 주변 지역 개발계획을 과장해 반영하거나 현실성 없는 전망 지표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한건주의도 수요량 뻥튀기를 부추긴다. KDI는 “수도권에 비해 지방이 교통량을 과대 추정하는 경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민자사업은 아니지만 전국 17개 공항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4곳뿐이다. 수요량을 제대로 예측하지 않고 ‘지역 개발’을 앞세워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공무원들도 수요량 예측이 그럴듯하게 뻥튀기되면 사업 추진이 쉽기 때문에 적당히 넘어간다.

◇결국 국민 부담=서울 우면산터널은 세금 먹는 터널이다. 1998년 이후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려면 2033년까지 3000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지금도 연간 70억~100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건교부는 또 올해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천안~논산 고속도로, 대구~부산 고속도로, 인천공항철도의 운영 적자를 메우기 위해 3000억원을 쓸 예정이다. 이 돈은 모두 국민 세금이다.

적자가 나면 정부가 메워주기 때문에 건설업체 입장에서 민자사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6년부터 민간이 먼저 제안한 사업에 대해선 수익 보전을 해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제안 사업은 지금도 최대 75%까지 수익을 보장해 주고 있다.

김강수 KDI 연구위원은 “수익 보장을 더 줄여야 한다”며 “타당성 평가를 할 때 제3의 전문가들이 수요 예측치를 재검토하는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종호 한양대 교수는 “민자로 추진될 예정인 대운하 건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도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봉석·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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