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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국제경쟁력 몇점이나-인기 연연 해외진출기회 놓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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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세계화 시대.우리 연예인들의 국제 경쟁력은 몇점이나 될까.
최근 장동건.서태지와 아이들.홍진경.손성은.김완선.이소라등 국내 연예인들의 해외진출이 조금씩 늘어나며 국제 경쟁력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내한한 딥 퍼플.야니등의 외국 뮤지션과 국내CF에 출연중인 킴 베이신저.브룩 실즈.섀넌 도허티등이 억대의 돈을 수월하게 걷어가는 반면 국내 연예인들은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상태를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심각한 영상분야 무역수지적 자에 겹쳐 오락산업전쟁의 주역인 연예인들의 경쟁력을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다. ○…국제 경쟁력의 현주소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최근 국내 슈퍼모델 이소라의 밀라노 진출 추진 과정.지난해말 세계 최대의 모델에이전시인 「엘리트 모델 매니지먼트」의 대부 존 카사블랑카스가 내한했다.그는 이소라를 보고 『 동양적 신비함과 서구적 섹시함을 겸비한 탐나는 재목』이라며 패션의 본고장인 밀라노컬렉션 진출을 제의했다.
지난달 5일인 행사의 엔트리 마감시한은 2월13일.『42㎏의체중과 지정된 신체규격을 유지하고 타이트한 전신사진을 찍어 보내라』는 주문이 떨어졌다.프로근성이 대단한 서구 모델이라면 몇달전부터 「몸매만들기」에 들어갔을 즈음 그녀는 제주에서 CF촬영은 물론 각종 방송MC에 출연하느라 48㎏의 체중을 줄이기 어려웠다.「엄격한 기준」에 대한 감도 부족했다.명함판사진 몇장을 보내는 데 그쳐 아르마니.베르사체등 세계 최고 디자이너들의한국인 모델이 탄생할 기회는 결국 무산됐다.
○…연예인의 자질을 평가하는 국내 능력도 문제.외국 연예계의대세는 무엇보다 「개성」이다.
베네통의 모델로 발탁돼 세계 1백40개국에 필름이 나가고 있는 슈퍼모델 홍진경은 「고정관념」을 깬 사례.모델은 예뻐야한다는 우리의 관념대신 베네통사장은 주저없이 『가장 특이한 용모』로 홍을 꼽았다.최근 세계 최고의 뮤직채널인 M- TV의 비디오자키(VJ)로 발탁된 손성은 역시 『동양적 차분함과 미를 간직한 매력이 있다』는 M-TV회장의 평을 들었다.특히 M-TV기술진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대본을 영문으로 직접 작성하는 프로근성을 보여 초봉 5만달러이상의 M- TV VJ로 낙점됐다.
반면 국내에서는 즉흥적 인기로 모든 것을 판단할 뿐 장기적 안목이 전무한 실정.SBS문화사업부의 이갑우차장은 『개성과 발전성이 무한한 연예인을 발굴,합리적인 해외진출을 할 수 있는 수준의 매니지먼트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지난해 말 드라마 『마지막 승부』가 홍콩의 스타TV를 통해 『청출어람』으로 방영된후 장동건은 대만.홍콩소녀팬들의 스타가 됐다.그 여세를 몰아 올해말 대만.한국에서 앨범을 공동발표하고 중국어권으로 진 출할 예정이다. 대만에 진출한 김완선 또한 스스로 중국어를 공부,대만폴리社에서 중국어앨범을 내며 맹활약중이다.『핑계』를 『Show Your Smile』로 번역한 김건모의 인기는 스타TV의 『채널V』에서 아시아 인기차트 13위를 기록한 바 있다.일 본에 진출중인 서태지와 아이들등 적어도 용모.정서가 비슷한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연예인의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다만 「전문직업으로서의 연예인」에 대한 프로근성과 자기관리가시작되지 않으면 「개방」의 대세속에 노랑머리.파란 눈의 연예인들에게 팬들을 고스란히 넘겨줄 수밖에 없을 시점이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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