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SELLING YOUR STORY TO WALL STREE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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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각 증권사(證券社)의 분석가들이 자료를 요청하면 마지못해 성의없이 답하던 상장기업들이 최근 스스로 영업현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주가(株價)관리를 위해서라고도 하고,대규모 설비투자자금을 쉽게 마련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고 도 한다.하여튼 즉흥적이거나 사고후에 부랴부랴 땜질하는 식이 아니라 「투자자와 정기적으로 꾸준한 관계」(IR:Investor Relations)를 유지한다는 생각부터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이론을 설명하기보다는 IR를 왜,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저자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설득력있게 정리해 놓았다.
IR는 「기업의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PR수단을 채용하는마케팅기능」으로 정의할 수 있다.자동차나 냉장고처럼 눈에 보이는 제품을 팔기 위한 노력이 보통의 마케팅이라면 IR는 「투자자의 수익률을 높여줄 기업의 예상실적에 대한 신 뢰감」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을 파는 일이다.
따라서 IR의 첫단계는 무엇이 투자자로 하여금 자사(自社)에대해 신뢰감을 갖게 하고 나아가 주식을 사게 하는가를 알아내는일이다.이때 강점은 물론 약점도 동시에 보여야 한다.
다음 단계는 이 모든 강점과 약점을 하나의 줄거리로 엮어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중심메시지로 담아내는 것이다.왜냐하면 사람들은 복잡한 사실이나 숫자보다는 몇개의 선명한 아이디어를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이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통로로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는가.같은 업종내의 다른 회사와 어떻게 구별하고 있는가.목표주가는 얼마인가.현재 주주가 아니라면 전에 보유한 적이 있는가.있다면 언제 왜 팔았는가.이런 궁금증을 풀 다보면 투자자들이 듣고싶어하는 얘기가 무엇인지 저절로 알 수 있게 된다.
메시지가 준비되면 다음 단계로 IR에서 얻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예산을 배정한다.전체 IR행사에 동원할 구체적인 수단과 기술을 파악하고 광고.이벤트기획.청중동 원.언론매체의 활용등 다양하게 섞어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
IR도 마케팅인 이상 처음부터 끝까지 열정을 가지고 진행돼야한다.열정은 신뢰에 바탕을 둔 사랑에서 나온다.회사의 장래에 대한 자신감이 배어있지 않은 IR는 기껏해야 지루한 설득에 불과하고,못되면 투자자를 기만하는 것이 된다.더구 나 준비가 부족한 IR는 궁극적으로 최고경영층의 관리능력을 의심하게 만들 것이다. 주가를 잠깐 올릴 생각으로 급조되거나 과대포장된 IR는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평소에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해온 기업에 대해서는 악성루머가 퍼질 수 없다.
짜임새있는 IR에 대해 알고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정독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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