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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 공부한 적 없어요 나도 영어 공교육 수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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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영어 학습자들에게 이보영(42)이란 이름은 그야말로 ‘신화’다. 어른이 될 때까지 외국에 산 적이 전혀 없는 ‘토종’인데도 외국인들이 “미국 어디에서 살다 왔느냐”는 질문을 할 정도로 영어에 능통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교육강화 방침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영어교육을 주제로 그와 인터뷰를 했다. 이씨는 영어 교육방송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사교육계의 스타강사임에도 “나 자신이 영어 공교육의 수혜자”라며 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화여대 영어교육과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어떻게 영어를 공부했나.

“나는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소심한 성격이다. 하지만 영어공부를 하면서는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해봤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내가 좋아하는 외국 스타들에게 팬레터도 써봤고, AFKN을 열심히 보고 들었다. 어려서 영어 사교육은 거의 하지 않았고, 다만 어머니가 자연스럽게 영어에 관심을 갖게 해줬다. 인형에 영어 이름을 붙이고, 영어로 아침인사를 해주었다. (그의 어머니는 한국의 첫 여성 비행사인 김경오씨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교과서만 가르친 게 아니라, 이를 토대로 연극도 해보는 등 영어가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여주려고 많은 노력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유창하게 영어를 한다는 것은 문법이나 어휘 면에서 실수가 있더라도 심하게 더듬거리거나 말을 오래 멈추는 일 없이 당당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어에 주눅 들지 말고, 좀더 만만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과연 고등학교를 마친 모든 한국인이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만 할까.

“예전에는 나도 그런 주장에 반발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정보의 대부분은 영어로 유통된다. 기본적인 영어의 틀을 잘 잡아두는 것은 곧 시간과 자본의 절약으로 이어진다. 다만, 영어 때문에 한국어 어휘력과 문장력을 희생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사실, 모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영어도 잘한다.”

-영어 사교육의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영어교육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문제다. 학원들은 학부모들에게 ‘어떤 결과를 당장 보게 해주겠다’고 선전하고 있고, 학부모들은 ‘3개월이나 됐는데 왜 아직도 이 모양이냐’고 항의한다. 이렇게 기대가 지나치다 보니 영어 배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초등학교 4학년밖에 안 된 학생이 토플 공부를 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한국 영어 공교육에서 아쉬운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영어 수업 시간이 부족하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하고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아 외국어를 익히는 데 가장 효과적인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때가 문제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1주일에 4시간 영어를 배웠는데 지금도 큰 차이가 없다고 알고 있다. 둘째, 수준별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러 수준의 학생이 섞여 있으면 잘하는 학생들은 지루해 하고, 부족한 학생들은 어렵다고 느껴 모두가 흥미를 잃게 된다. 셋째, 학생들이 영어를 자신 입으로 말해보고 자기 손으로 써보는 게 중요한데, 환경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사교육은 공교육에서 못다한 부분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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