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 태극기 게양·애국가 연주 허용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3월 말 평양에서 개최키로 한 월드컵 축구 예선 남한-북한전을 앞두고 북한이 납득하지 못할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팀 간의 경기에선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를 하게 돼 있다.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한반도기와 아리랑으로 대신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북한의 이런 억지에는 짐작이 가는 대목이 있다. 평양에서 태극기가 나부끼고 애국가가 울리는 것은 주민 통제에 해(害)가 되면 해가 됐지, 도움을 줄 리가 없다는 점이다. 남측의 응원단 방북을 허용치 않으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국력 차이가 드러나는 것을 막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설득력이 전혀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 한국은 2005년 전주에서 열렸던 동아시아대회 남북 축구시합 때 북한의 인공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연주했다. 북한 국가 연주도 포함된 이달 말 뉴욕필 평양 공연의 생중계도 정부가 허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북 사이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남측의 결단인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도 이에 호응하는 것이 합당한 것 아닌가. 특히 FIFA 회원국인 북한이 FIFA 규정을 따르지 않고 어깃장을 놓는다면 국제사회가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잘 헤아려 봐라.

북한은 대남(對南) 관계에서 입만 열면 ‘민족끼리’를 강조하고 있다. 또 ‘남과 북은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남북기본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렇게 해놓고 남측 체제의 상징인 태극기와 애국가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니 어떻게 북한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주적(主敵)이라고 그렇게 공격을 해댄 미국의 국가 연주는 허용하면서 애국가는 안 된다는 발상은 평양 지도부가 얼마나 위선에 차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북한이 이런 방침을 고수할 경우 ‘제3국 개최’가 불가피하다. 그럴 경우 북한이 입을 타격은 엄청날 것이다.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말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