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타결된 北.日회담-縣案우회 불씨안은 타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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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평양을 방문중인 日 연립여당과 북한 노동당간의 국교정상화 회담 재개를 위한 교섭이 타결됐다.
양측은 우선 국교정상화회담을 열고봐야 한다는 대원칙에 이해가일치,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전후보상.「이은혜(李恩惠)」문제.核문제등 현안은 모호한 표현으로 뒤로 미루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이 합의에 따라 北-日 정부간 국교정상화 회담은 빠르면 다음달중 열릴 전망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90년 日 자민.사회당과 북한 노동당간에 맺은 3당공동선언을 합의서에 어떻게 반영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북한측은 공동선언이 어디까지나 北-日교섭재개의 전제가 된다는 입장에서『공동선언에 근거해서 제9차 회담을 연다』는 문구를 합의안에 넣자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본측은 공동선언을「역사적 사실」로만 평가,이를 교섭재개의 전제조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측의 주장은 제9차회담이 공동선언의 연장선에서 실시된다는점을 밝히는 것이다.일본측이 이같은 합의안에 합의할 경우 일본이 제2차대전후 한국과만 국교를 정상화,북한을 고립시킴으로써 북한이 본 피해까지도 보상해야한다.
이는 또 이미 청구권으로 모든 것이 끝난 한국과도 새로운 외교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일본측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공동선언에 근거해서 91년부터 제8차까지 회담이 열렸다』는 문구 대신『이(공동선언)에 의해…』라는 문구로 하자는 타협안이 나왔다.또 북한 입장을 반영,「다시 제9차회담을 연다」는 것을 합의문 에 넣기로 했다. 『상호교섭을 위한 대화와 교섭에 전제조건을 붙이지 않는다』는 조항도 양측이 해석을 달리하는 조항이다.북한은 이 조항을 납치된 일본여인 이은혜 문제나 북한核개발문제를 양국간 교섭의 전제조건으로 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자주적.독자적으로 회담을 한다」는 조항은 북한이 일본에 요구한 조항이다.
즉 앞으로 일본이「남북회담추진」이나「北-美핵협상」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지 말라는 주장이다.
北-日국교정상화회담은 한국이나 미국과 연관을 짓지 말고 양측이 독자적으로 하자는 것으로 韓.美.日을 분열시키려는 속셈이다. 양측이 이처럼 모호한 표현으로 불씨를 남기면서도 합의문을 채택한 것은▲국교정상화에 따른 보상금과 관련된 이권을 선점하려는 자민당내 정치적 사정▲경수로문제등에서 일본 카드를 사용,韓.美.日간 협조체제를 붕괴시키려는 북한의 속셈등이 어우러진 정치적 사정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東京=李錫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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