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숭례문 ‘네탓이오’ 3청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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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전소된 뒤 화재 진압과 관련된 세 기관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숭례문 화재 진압을 책임지고 있는 소방방재청, 평시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 중구청, 두 기관을 지도·감독·지원하는 문화재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세 기관은 ▶화재 진압 시점 ▶소극 진압의 책임 ▶숭례문 관리 책임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방재청이 소극 대응” vs “현장 가자마자 진화 시작”=12일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중부소방서 관계자들이 중구청을 항의방문했다. 전날 중구청에서 나온 내부보고서의 내용 때문이다. 중구청은 문제의 내부보고서에서 “소방서가 화재 발생 72분이 지나서야 직접 살수를 시작했다”며 소방 당국에 초기 대응을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왜 보고서에 엉터리 내용을 적었느냐. 우리가 손 놓고 있었던 것 같이 매도하면 어떡하느냐”고 항의했다. 이 관계자는 “‘직접살수’ ‘간접살수’라는 용어는 대체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 당국이 문화재청의 지휘를 받느라 초기 진압을 못했다’는 중구청의 지적에 대해서도 “우리는 문화재청 허가를 받고 진압하지 않는다. 도착 직후부터 전기톱으로 천장 나무판을 철거하려고 했었다”고 반박했다.

강력한 항의에 중구청 관계자는 “누각 안에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던 것을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오해했던 것 같다”고 발을 뺐다.

중구청은 문화재청의 잘못도 언급했다. “화재 발생 10분 후인 오후 8시59분쯤 소방 당국이 문화재청에 진화 방법을 협의했을 땐 문화재청이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요청했다가 9시45분 다시 ‘화재진압을 최우선으로 해도 좋다’고 입장을 바꿔 혼선을 가져왔다”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우리는 8시59분에 중부소방서 측과 통화한 적이 없으며 신중하게 대처하라는 요지의 말을 전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11일 “9시30분에 ‘파괴해도 좋으니까 진화를 우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유 청장은 방재청을 겨냥해 반격에 나섰다. 해외 출장에서 귀국한 11일 “화재 발생 후 10분 안에 소방차가 출동했는데도 숭례문이 다 타버린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소방 당국의 무능을 꼬집었다.

그러자 방재청이 발끈했다. 방재청 관계자는 “화재의 속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화재 유형은 천차만별로 적절한 환경만 조성되면 촉진제(신나 등)로 10분 안에 충분히 불바다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관리 책임은 누가=숭례문 관리를 둘러싼 책임 공방도 이어졌다. 문화재청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문화재 관리권은 지자체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구청 관계자는 “문화재 방재 대책으로 문화재청에서 특별히 내려온 것이 없다”고 받아쳤다. “관리라고 하지만 우리가 맡은 일은 청소가 전부”라고 덧붙였다.

한 중부소방서 관계자는 “숭례문에 가서 현장 경비담당자를 부르면 한참 지나서야 나타나더라”고 중구청의 관리 행태를 문제 삼았다. 

이충형·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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