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도쿄銀 합병선언 의미-戰前재벌 재등장 신호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일본기업들이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미쓰비시(三菱)그룹을주목하라」는 말이 있다.거기에 걸맞게 28일 미쓰비시(三菱)은행과 도쿄은행의 합병계획이 발표된 것이다.이는 미쓰비시그룹이 기술력과 자금력을 모아 21세기 세계최대그룹으로 끌고 가려는 포석의 일환으로서 산업계에서는 전전(戰前)의 舊재벌로의 회귀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미쓰비시그룹이 이렇게 나오게 된 배경에는 산업계와 통산성이 주도해 추진하고 있는 지주(持株)회사 해금 분위기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일본정부는 이달 31일 규제완화 5개년계획을 발표할 예정인데 그안에 이같은 산업계의 분 위기를 수용할 태세다.지주회사금지가 풀리면 기업집중도가 높아져 과거의 재벌과 같은 모습을 갖추기가 쉬워진다.
이번에 합병이 발표된 미쓰비시은행은 미쓰비시그룹의 최고정책결정기구인 사장회(社長會:주요 28개사) 즉 「금요會」의 간사를맡고 있다.간사는 미쓰비시은행.미쓰비시상사.미쓰비시중공업등 3사가 돌아가며 하고 있다.
미쓰비시그룹은 90년 미쓰비시금속과 미쓰비시광공업을 합쳐 미쓰비시머티리얼을 탄생시켰고,작년에는 미쓰비시화성과 미쓰비시유화를 합쳐 미쓰비시화학으로 만들었다.비철금속과 화학분야의 세계 톱을 겨냥한 것이다.오는 4월에는 미쓰비시계열의 대양산소와 동양산소가 합병해 대양동양산소가 된다.미쓰비시그룹내의 「합병러시」인 것이다.
일본산업계에서는 현재 조선업계와 자동차업계의 상황을 볼 때 그룹의 주축인 미쓰비시중공업이 타사와 합병하더라도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미쓰비시자동차도 마찬가지다.그만큼미쓰비시의 21세기 세계톱을 겨냥한 합병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일본산업계에서의 저항은 거의 없는 편이다.
무국경(보더리스)의 대경쟁시대에 미쓰비시가 발빠르게 나가고 있는데 대해 오히려 부러워하는 분위기다.
은행합병은 미쓰비시의 이같은 행마를 거대자금으로 부추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미쓰비시를 「셰어지상주의」라고 비난하는 시각이 있긴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다.
예컨대 자동차시장이 최근 형편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룹자금력을바탕으로 도요타자동차 다음인 닛산(日産)자동차를 제칠 만큼 성장시킴으로써 미쓰비시그룹은 자신감을 얻었고 업계에도 교훈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쓰비시그룹의 합병러시는 대기업쇠퇴의 시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쓰비시는 이것이야말로 세계초일류를 지향하는 「역행의 논리」라고 설명한다.
東京=郭在源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