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신비>검은머리 물떼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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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검은머리 물떼새는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만날 수 있는 새다.바닷가에 무슨 까치가 살까 하고 의심이 나거든 그것은 까치가 아니고 바로 검은머리 물떼새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그래서 까치와닮았다 해서 이 새는 물까치라는 별명을 갖고 있 다.그것은 흑백의 깃털로 돼 있어 비슷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장밋빛 긴다리와길고 빨간 부리는 이 새의 전형적인 모습을 나타낸다.이 새가 좋아하는 먹이는 원래 굴이 아니라 홍합과 같은 조개류다.
조갯살은 영양가도 풍부하고 조개껍데기에 잘 보호되어 있긴 해도 해안에 많이 널려 있다.
바닷가에 사는 새들은 조갯살을 어떻게 끄집어 내는지 알고 있는 새들만이 영양가 많은 먹이에 다가갈 수 있다.검은머리 물떼새는 이를 위해 두가지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 새는 조개를 뒤집어 연한 아래쪽을 위로 향하게 한다.여기에 날카로운 부리로 쪼아 구멍을 낸 다음 부리를 집어넣고 두 껍데기를 받치고 있는 단단한 근육을 자른다.
그 다음에 부리를 사용해 껍데기를 벌린다.그리고는 다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부리를 끌처럼 이용해 노란 조갯살을 떼어낸다.이모든 일-조개를 깨고,껍질을 벌리고,살을 도려내는 일-을 이 기술자는 30초안에 해치운다.빠르게 해치워야 하 는 이유는 밀물이 밀어닥쳐 조개가 있는 둑을 쓸어버리기 때문이다.여기서 이기술을 사용하는 새를 「망치질 하는 자」라고 부른다.그런데 이들 가운데는 「찌르는 자」도 있다.이 기술은 이렇다.조개가 숨을 쉬고 플랑크톤을 빨아들이기 위해 서 껍데기를 조금 벌리면 재빨리 부리를 껍데기 사이로 찔러 넣는다.새는 틈사이로 부리를집어넣어 근육을 절단한다.그 다음은 망치질하는 자의 기술과 같다. 그러면 어떻게 망치질하는 자가 되고 아니면 찌르는 자가 될까.부화가 되자마자 어린 검은머리 물떼새는 본능적으로 돌과 풀잎주위 여기 저기를 쪼아댄다.이 어린 새들은 부모들이 조개껍질을 벗길 때 어떻게 하는지를 정확히 관찰한다.그들은 곧 무엇이 먹이인지도 알게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놀랍게도 한 가족을 배불리 먹일 수 있게 되기까지는4년이란 세월이 걸린다.네살이 되었을 때 이 새들은 처음으로 짝짓기를 한다.이상한 일은 다른 새들에 서는 아주 드문 일인데이 새는 망치질하는 자의 새끼들이 나중에 망치질하는 새가 되고찌르는 자의 새끼들은 역시 나중에 찌르는 새가 된다는 사실이다.기술은 가족안에서 머무른다.
그리고 망치질하는 자들은 망치질하는 자끼리,찌르는 자는 찌르는 자끼리 짝을 짓는다.이 힘들고 오래 걸리는 배움의 길은 영양가 풍부한 조개를 먹고 사는 이 새들에게는 가치가 있는 일이다.왜냐하면 다른 종들에게는 닫혀있는 음식창고를 이 새들은 열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자연의 법칙은 인간들에게도 적용된다.남들이 쉽게 열 수 없는 음식창고를 열기 위해서 우리는 일생동안 고된 배움의 길을걷고 있는 지도 모른다.
배우는 양에서 차이가 있긴 해도 배운다는 사실에는 동물과 인간은 공통된 현상이다.특히 동물에 있어서는 본능 보다 학습에 의해 삶의 질이 결정되고 있다.바로 자연은 배우는 자에게 오늘날까지 복잡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했으며 또 많은 가치를 부여해왔다.
朴 是 龍 〈한국교원대교수.동물행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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