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경수로 한국형 물건너갔나-한국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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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美국무부와 언론들은 23일 북한의 한국형 경수로 거부에 대한절충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일제히「외교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따라 한국형 경수로 제공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매우 긴장한 상태에서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美행정부의 이같은 자세가 북한의 잇따른 강경 자세를 의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따라서 미국의 유력지인 뉴욕타임스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한국의 양보와 외교적 해결을 촉구한 것과 관련한 미국 정부 입장을 집중 타진중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조야의 이같은 움직임이 북한의 위협에 의해 입장의 후퇴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이 문제를 본격 거론할 경우 한국형 경수로 제공은 韓.美.日이 이미 합의한 원칙임을 강조하면서 그러나 세부적인 문제는 다소 융통성 있게 협의에 응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형 경수로에 대한 원칙만은 北-美합의가 백지화돼도지켜져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사실 지난 2월 윈스턴 로드 미국 東亞太 차관보가 내한했을 때도 미국이 이같은 변화된 입장을 우리 정부에 통보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당시 한국정부는 한국형을 고집해 결국 소득없이 헤어지고 이번에 美 언론을 통해 우리 정부에 압력을 넣는 것이라는 해석도있다. 한 당국자는『우리의 국익과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이 문제에 관한한 타협이 있을 수 없다』면서『이미 韓.美.日 3국이합의한 대로 한국형 경수로 제공을 실질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같은 마지노선을 지키면서 북한이 北-美합의를 파기할 경우에 필요한 대비책도 마련하고 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22일 육사졸업식에서 『북한이 北-美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세계가 응징할 것』이라고 한 말은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것이다.
〈金成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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