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상의 로봇 이야기] 유비쿼터스 로봇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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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35면

며칠 전 휴대전화와 전자수첩을 사무실에 두고 오는 바람에 큰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 예정됐던 약속들을 다시 확인하느라 공중전화를 찾아 헤매야 했고, 필요한 전화번호들을 알 수 없어 여기저기 한참 물은 뒤에야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요즘 청소년들은 휴대전화가 옆에 없으면 세상과 단절된 느낌까지 든다고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미 잘 짜인 거대한 정보의 바다 위를 떠다니는 우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 등 무한한 정보와의 손쉬운 연결은 매우 긴요하다. 일상생활 속의 개인 정보와 직업적 전문 분야에 필요한 정보를 항시, 그리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느냐가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무실의 컴퓨터를 항상 휴대하거나 개인 비서를 늘 대동할 수도 없으니 이러한 사회에 적응해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언가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미 서부의 파올로 알토에 위치한 제록스 연구소에 들어서면 여기가 과연 복사기 및 프린터 기기로 유명한 회사의 연구소가 맞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지금까지 그들의 대표적인 연구 개발품 역시 복사기 등에 관련된 제품뿐 아니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미래지향적인 연구들도 포함돼 있어 의아하기까지 하다.

연구소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하 유비컴)의 창시자 마크 와이저(1952~99)의 사진을 보면 미래 연구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이 왜 항상 컴퓨터 앞으로 다가가야 하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가 제시한 유비컴 개념은 10여 년이나 시대를 앞선 것이었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단어는 ‘언제 어디서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유비컴이란 인간이 존재하는 환경에 내재되어 자연스럽게 더불어 존재하는 컴퓨터 기술을 일컫는 말이다.

21세기 들어 유비컴 관련 기술은 매우 빠르고 혁신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기존의 IT 기술을 접목해 세계적인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유비컴 기술과 지능 로봇의 만남은 가칭 유비쿼터스 로봇이란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판단된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사진)’를 보면 과학자들이 상상하는 미래의 첨단 기술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사이버 공간이 인간의 동작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현란한 상호 작용이라든가, 길거리를 걷는 중에도 카메라를 통해 이뤄지는 신원 확인 시스템, 거미로봇을 이용한 범인 색출 장치 등은 더 이상 작가의 상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 하에 실현 가능한 미래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결국 지능화된 단말장치들과 이들을 활용한 로봇시스템들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하면 집안 내의 청소나 간단한 교육 기능에 머물러 있는 로봇의 활동영역도 엄청나게 넓어질 것이다. 이러한 센서들은 결국 우리의 눈에 띄지 않고 거리의 광고판이나 실내 가구 혹은 휴대전화 속에도 들어가 말 그대로 어디에나 존재함으로써 사용자가 로봇이 필요한 순간 즉시 인간을 인식하고 상호 소통하게 된다.

미래의 지능로봇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매우 다양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와 함께 어울려 사는 동반자 역할이 가장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육체적으로는 하기 싫은 청소, 설거지, 심부름 등을 담당할 것이고 정서적으론 감성적 유대를 맺는 공존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복잡한 정보세계와 우리를 연결해 주는 중간 매개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인생의 훌륭한 동반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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