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포 탈출하기 ⑥ 숫자는 말썽꾸러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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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15면

일러스트= 강일구

별종이 아니라면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숫자를 보며 머리가 아팠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대중적인 글쓰기에서도 숫자가 너무 많이 나오면 독자의 뇌세포는 꼬이게 마련이다. 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거나 명확하게 하기 위해 쓴 숫자가 오히려 독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사실 문장 표현이 조금 어색하거나 잘못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읽는 사람이 전후 문맥을 살펴 필자의 뜻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숫자의 경우 사정이 달라진다. 국가 예산이나 대기업 매출액을 기록할 때 0을 한 개 뺐다고 생각해 보라. 전혀 다른 차원의 내용이 된다. 단위가 틀리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간에 있는 숫자가 틀리는 경우는 글을 쓴 사람을 제외하고는 잘못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이런 오류를 막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가급적 숫자를 쓰지 않는 것이다. 초보 글쟁이일수록 숫자를 나열하려는 강박감을 갖기 쉽다. 반드시 써야 한다면 거듭 확인하는 게 둘째 방법이다. 숫자에 뇌세포를 온통 집중해야 한다. 숫자와 관련된 표현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두 배’ ‘세 배’ 같은 배수(倍數)만 나오면 헛갈리는 사람이 많다. ‘몇 kg 늘었다’ 또는 ‘몇 % 늘었다’고 할 때는 잘 계산하다가도 말이다. ‘배수의 덫’이라고 할까.

<문제1> 어느 학과의 지원자가 지난해는 50명, 올해는 150명이다. 지원자의 증가율은 얼마일까.

-정답: 200%(100/50X100)

<문제2> 어느 학과에 지난해 50명, 올해 150명이 지원했다. 올해 지원자는 ‘몇 배 늘었나?’ ‘몇 배가 됐나?’ ‘몇 배로 늘었나?’

-정답: ‘두 배 늘었다.’ ‘세 배가 됐다.’‘ 세 배로 늘었다.’
 
배는 ‘어떤 수량을 앞의 수만큼 거듭해 합한 수량’이란 뜻이다. ‘늘다, 오르다, 불어나다, 오르다’ 등과 어울려 수량의 변화를 비교할 때 쓰인다. 다음 예문을 보자.
 
가입금은 얼마 전 현대 인수에 나섰던 KT가 제시했던 60억원보다 두 배 많은 120억원이다. ( →…60억원의 두 배인 120억원이다.“ )

2003년 33달러에서 지난해 67.5달러로 4년 동안 두 배 이상 뛰었다.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첫째 예문은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지난달 말 “창업투자사 ‘센테니얼’이 현대 야구단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을 보도한 신문 기사다(신 총재가 잘못 말했는지, 기자가 잘못 표현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문장을 보고 나서도 뭐가 잘못됐나 하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60억원보다 두 배가 많은 액수는 180억원이니 잘못된 표현임이 확실하다. 둘째 문장은 토씨 ‘으로’를 붙여 바로잡은 것이다. 토씨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