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종이 아니라면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숫자를 보며 머리가 아팠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대중적인 글쓰기에서도 숫자가 너무 많이 나오면 독자의 뇌세포는 꼬이게 마련이다. 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거나 명확하게 하기 위해 쓴 숫자가 오히려 독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사실 문장 표현이 조금 어색하거나 잘못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읽는 사람이 전후 문맥을 살펴 필자의 뜻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숫자의 경우 사정이 달라진다. 국가 예산이나 대기업 매출액을 기록할 때 0을 한 개 뺐다고 생각해 보라. 전혀 다른 차원의 내용이 된다. 단위가 틀리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간에 있는 숫자가 틀리는 경우는 글을 쓴 사람을 제외하고는 잘못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이런 오류를 막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가급적 숫자를 쓰지 않는 것이다. 초보 글쟁이일수록 숫자를 나열하려는 강박감을 갖기 쉽다. 반드시 써야 한다면 거듭 확인하는 게 둘째 방법이다. 숫자에 뇌세포를 온통 집중해야 한다. 숫자와 관련된 표현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두 배’ ‘세 배’ 같은 배수(倍數)만 나오면 헛갈리는 사람이 많다. ‘몇 kg 늘었다’ 또는 ‘몇 % 늘었다’고 할 때는 잘 계산하다가도 말이다. ‘배수의 덫’이라고 할까.
<문제1> 어느 학과의 지원자가 지난해는 50명, 올해는 150명이다. 지원자의 증가율은 얼마일까.문제1>
-정답: 200%(100/50X100)
<문제2> 어느 학과에 지난해 50명, 올해 150명이 지원했다. 올해 지원자는 ‘몇 배 늘었나?’ ‘몇 배가 됐나?’ ‘몇 배로 늘었나?’문제2>
-정답: ‘두 배 늘었다.’ ‘세 배가 됐다.’‘ 세 배로 늘었다.’
배는 ‘어떤 수량을 앞의 수만큼 거듭해 합한 수량’이란 뜻이다. ‘늘다, 오르다, 불어나다, 오르다’ 등과 어울려 수량의 변화를 비교할 때 쓰인다. 다음 예문을 보자.
가입금은 얼마 전 현대 인수에 나섰던 KT가 제시했던 60억원보다 두 배 많은 120억원이다. ( →…60억원의 두 배인 120억원이다.“ )
2003년 33달러에서 지난해 67.5달러로 4년 동안 두 배 이상 뛰었다.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첫째 예문은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지난달 말 “창업투자사 ‘센테니얼’이 현대 야구단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을 보도한 신문 기사다(신 총재가 잘못 말했는지, 기자가 잘못 표현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문장을 보고 나서도 뭐가 잘못됐나 하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60억원보다 두 배가 많은 액수는 180억원이니 잘못된 표현임이 확실하다. 둘째 문장은 토씨 ‘으로’를 붙여 바로잡은 것이다. 토씨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