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3.토론이 합리화사회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우리 옛말에 『말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이 있다.이는 자기주장을 상대방에게 논리적으로 설득해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물리력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행태를 가리킨다. 우리 사회에서는 주장의 정당성 보다 폭력이 훨씬 큰 힘을 발휘하고 우리 스스로도 타율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익숙해져있다.그러나 이런 사회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과거 군사정권 아래서는 토론을 통해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보다 제도적인 물리력을 통해 국민을 하나의 방향으로나아갈 것을 강요했다.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토론은 금기시됐으며 모든 것은 일사불란하게 하나의 대오를 이뤄나갈 때에만 그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개인이나 국가가 물리력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 했던것이 이제는 사회발전의 심각한 구조적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윤리의 파탄은 사회발전의 정체를 가져올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폭력대신 사회적 동의를 가능케 하는 수단은 무엇인가.외국에는 사회적 갈등을 물리력이 아닌 합리적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한 그 나름의 독특한 제도적 방식이 있다.
일본의 경우 엄격한 규범적 훈련으로 폭력의 표출을 최소화한다.반면 요즘 신나치주의자인 일부 청소년의 폭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독일.프랑스 등은 토론 교육을 통해 자율적이고 책임있는 주체를 길러냄으로써 폭력을 규제하고 있다.
독일에서 유학한 한림대 장춘익(철학)교수는 『독일 정치가들이철학자들에 버금가는 수준높은 토론을 벌이는 것이 우리 나라 정치현실에 비춰볼 때 매우 부러웠다』고 말한다.이러한 정치적 토론과 민주주의는 학교에서부터 훈련된 토론의 결과 다.
토론은 자신의 주장에 대해 정당한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타인의동의를 구하는 과정이다.토론을 통해 사회구성원들이 합의에 도달하게 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율과 그 자율에 따른 책임을 강요할 수 있게 된다.
청소년 범죄도 개인의 자율성과 그 책임을 토론교육을 통해 내면화할 때 극복될 수 있다.논술은 바로 자율과 책임을 내면화함으로써 사회를 합리화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다.그럼에도 그것이 가장바람직한 수단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토론문화를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음회에는 「논술,시험과목이 아니라 시험형식이다」를 싣습니다〉 <김창호 本紙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