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맹목적 자식사랑 반성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패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럴수가!」하는 한탄이 쏟아지고 신문.방송이 황금만능주의와 교육부재현상을 분석한다.내 자식은 건강하게 자라는가,나는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는 자성(自省)보다는 사회에 탓을 돌린다.재산이 많은 탓,폭력영상물 탓,심지어는 추리소설 탓으로 책임을 전가한다.
교수 패륜사건을 개탄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의 일,내 가족의문제로 절실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적다.사회병리라는 현상은 남의일이 아닌 나의 일이다.가족은 이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의 단위고 그 자체가 사회다.존속살해사건이 해마다 급 증하는 이유도 결국은 가족간의 관계와 가정의 불안에 그 책임이 있다.재산.폭력영상물.추리소설에 책임이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나 때문에 생겨나는 내 가정의 문제다.
핵가족제가 확산된지 30여년,기존의 가족체계는 무너졌지만 새로운 체계가 자리 잡지 못했다.오로지 지나친 간섭과 과보호가 자식의 유아기에서 결혼이후까지 계속될 뿐이다.자립심을 못키워 자식의 부모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고,이른바 마마 보이가 양산되는게 오늘 우리 가정이다.사랑과 증오는 비례한다.대부분의 패륜사건에서 보듯 자식을 위해선 무엇이든 바쳤던 부모가 어느날 갑자기 자식에게 등을 돌렸을 때 자식의 증오는 사랑만큼 커진다.유학에서 탕진했던 돈을 갚아주지 않는 다고 부모를 난자하고,사업으로 생긴 빚을 청산해주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 살인으로 나타났다.
절제된 자식사랑이 지금 우리에겐 긴요하다.세상에서 가장 버릇없는 아이가 우리네 아이들이라는 한탄이 나올만큼 우리 아이들은너무 버릇이 없다.요람에서 결혼까지 이르는 우리 부모들의 맹목적 자식사랑이 사회병리를 몰고오는 가정파괴의 주 범이다.독립심이 강한 의연한 자식으로 키우기 위한 가정지키기 교본이 새롭게나와야 한다.효(孝)만을 강요할게 아니라 자식을 강하고 독립심있게 키우기 위한 부모의 절제된 사랑과 대화법이 새롭게 개발돼야 한다.
핵가족시대의 새로운 가족관계를 설정하는 일이 우리의 당면 과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