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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상>이쑤시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이쑤시개는 인류문명사 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지금의이라크에 해당하는 바빌로니아 남부에서 인류 최고(最古)의 문명을 이룩한 수메르인들은 기원전 3000년께부터 팔찌에 황금이쑤시개를 비롯한 화장도구를 달고 다녔다.그리스와 로마사람들도 새의 깃이나 유향나무를 잘라 이쑤시개로 사용했다.로마의 정치가며학자인 대(大)플리니우스가 아프리카 바늘두더쥐의 가시털을 쓰면이가 튼튼해지지만 독수리의 깃을 쓰면 입안에서 시큼한 냄새가 난다는 별난 얘기를 한 것을 보 면 이쑤시개의 재료나 용도는 매우 다양했던 모양이다.
이런 장구(長久)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쑤시개를 식당에서 추방하겠다고 나섰던 정부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환경부가 각 시.도에 식당에서 이쑤시개를 비치해놓다 적발돼도 벌금부과등 처벌법규를 적용치 말도록 지시한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결국 4월부터 이쑤시개 사용금지 위반업소에 대해 3백만원이하의 과태료(過怠料)를 물리도록 한 자원재활용 촉진법 시행규칙은 유야무야(有耶無耶)돼버린 셈이다.
환경부의 설명에 따르면 이쑤시개 사용금지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이 워낙 큰데다 식당손님중 이쑤시개를 찾는 사람이 아직 많아 여기에 응하려다 보면 식당주인만 비싼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때문이란다.이유가 궁색하다.인류 최초의 치아청결 도구인 이쑤시개가 그리 쉽게 사라질줄 알았다면 그야말로 오산(誤算)이다.필요한 사람은 식당에서 주지 않아도 주머니에 넣고다니며 쓸 게다. 환경부가 이쑤시개 추방을 외칠 때 내건 명분은 돼지가 사료로 먹는 식당의 음식찌꺼기에 들어간 이쑤시개가 내장에 치명적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그러나 정작 축산농가는 무슨 뜬금없는 얘기냐는 반응이다.이쑤시개가 창자를 찔러 죽었다는 돼 지를 본 적도 없을 뿐더러 음식물쓰레기를 돼지에 주면 오히려 「염분과다」로 죽을 우려마저 있다는,한마디로 한심스럽다는 얘기였다.국민은 불편하고 축산농가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이런 행정력 낭비적 규정은 「단속중지」같은 편법이 아니 라 차제에 아예 시행규칙에서 빼버리는 것이 낫겠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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