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도 월가 직접 투자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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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세계적 투자은행(IB)에 대한 투자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로 궁지에 몰린 글로벌 IB의 지분·채권 인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은 올 하반기에 해외주식 직접투자와 헤지펀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원금을 축내선 안 된다는 논리에 갇혀 ‘연못 속 고래’처럼 움직여 온 국민연금이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의 운용 규모는 224조원(2007년 11월 말)에 달하지만 이 중 10%만 해외투자에 쓰고 있다. 그나마 해외주식 간접투자와 채권투자만 해왔다.

국민연금 핵심 관계자는 3일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한 한국투자공사(KIC)처럼 글로벌 IB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IB들의 부실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분 투자는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기금운용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정확한 부실 규모 파악을 위해 이번 주 몇몇 IB들로부터 실적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또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이같은 투자의 수익성과 안정성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메릴린치나 씨티은행·UBS 등의 지분을 살 수 있으면 남는 장사”라며 “그러나 기금운용위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최대 1조원 안팎을 해외주식을 직접 사들이는데 쓰고, ‘고위험-고수익’인 헤지펀드 투자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르면 3월 기금운용위의 심의를 거쳐 하반기에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2년 전 기금운용위에 해외투자 기본방향을 보고하면서 해외주식 직접투자 시기를 2009년으로 잡았었다”며 “투자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김영훈 기자

◇국민연금=18세 이상 60세 미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연금. 지난해 11월 말 현재 224조원인 연금 기금은 국내외 채권에 90% 가까이 투자하는 등 안정성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 기금 규모는 매년 약 20조원씩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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