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산다>무대의상 디자이너 김현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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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관객의 눈에 가장 먼저 띄는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배우가 아니라 배우의 옷이에요.』 몇 안되는 무대의상 전문디자이너인 김현숙(41)씨는『국내에선 아직도 무대의상을 도외시하는 편이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극중인물의 성격과 의상이 잘 어울려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극중인물을 잘 그려내는 배우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그 인물의 껍데기인 무대의상을 아무거나「걸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면연출자가 원하는 인물창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연극쟁이출신이다.대학(고려대 신방과 72학번)때는「극회」소속 배우로 뛰었다.대학졸업후 미국으로 건너가 5년간 무대의상을 공부한뒤 87년 귀국했다.
유학후 첫 작품은 11회 서울연극제에 출품된 현대극단 작품.
그뒤로 연출가 문호근.김아라.김광림씨등과 함께 10여편의 연극무대 의상제작을 맡아 왔다.
『한번에 가장 많은 무대의상을 제작한게 최형인씨가 연출해서 현재 공연중인「춘풍의 처」예요.무려 47벌(배우 8명)을 직접제작했어요.주인공들의 성격이 모두 억세고 질긴 인물들이어서 생마.베등을 소재로 썼지요.
가급적 가공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는 느낌을 주려고 애썼는데잘 된것 같아요.』 무대의상 디자인의 일은 무엇과 비슷할까.
『실제인물에게 옷을 입히는 일반 패션과는 다릅니다.무대의상은상상의 인물에게 옷을 입히는 작업입니다.그것은 마치 어렸을 적인형에게 옷입히는 놀이 같아요.』 그런 탓인지 아직도 인형놀이를 하는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며 환하게 웃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고구려벽화 채색이라고 밝힌다.현재 『무대의상 디자인의 세계』(고려원)라는 저서 출간도 준비중이다.
金光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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