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론스타 주가 조작 유죄판결 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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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인수합병할 당시 주가를 조작했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시작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은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계획에 상당 기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외환카드 주가 조작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재판이 모두 끝난 뒤에야 외환은행 매각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론스타는 일단 이번 판결로 할 말이 없게 됐다. 법원은 론스타가 허위로 외환카드 감자 계획을 발표했다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주가 조작을 통해 소액주주들이 200억원대의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론스타가 부실채권 인수와 매각 과정에서 수익률을 조작해 세금 21억원을 빼먹은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모두 글로벌 스탠더드(국제기준)를 어긴 범죄 행위들이다. 론스타는 그동안 “한국의 검찰 수사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고, 반(反)외자 정서에 편승한 행위”라고 비난해 왔다.

검찰과 론스타는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우리는 최종심까지 양측이 좀 더 성의 있게 다투어 주길 기대한다. 그동안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을 남발하다 여러 차례 기각돼 망신을 샀다. 론스타도 주요 인물들이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민 정서’는 외국 자본을 차별하자는 게 아니다. 자신의 반칙 행위를 감추기 위해 ‘국민 정서’를 함부로 매도해서도 안 된다. 진짜 국민 정서는 무엇이 실체적 진실인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해외 자본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외국 자본이 성역일 수는 없다. 그들의 불법 행위에까지 얼렁뚱땅 면죄부를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치’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기초 중의 기초다. 차별과 특혜가 사라지고 법률이 지배해야 외국 자본도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다. 우리가 법원이 최종심까지 객관적 진실에 따라 투명하고 정당한 판결을 내려주길 기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