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만에 왜 접근하나-韓.中.대만관계 상처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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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이 일본에 이어 대만(臺灣)과의 관계개선을 가속화하고 있다. 양측 관계개선이 비상한 관심을 끄는 이유는 미묘한 시점때문이다.한국형 경수로의 대북(對北)지원을 놓고 남북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고 자민당을 중심으로한 일본(日本)연립여당과북한간의 채널이 본격 가동되고 있는것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북-대만 양측의 행보가 미칠 파장은 적지 않다.분단국인 북한이나 대만은 내심 한국과 중국에 대한 공동피해의식을 관계개선을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보상하려 할지도 모른다.
북한측의 입장은 명료하다.정치적으로 대만을 대남(對南),對중국 관계의 지렛대로 이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장기적으로는 대만의 자금을 끌어들여 빈사상태에 빠진 북한경제에 수혈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북한은 이런 몸짓을 통해 일본의 대북관계 개선을 위한 미묘한 경쟁심도 유발하려는 전략도 가지고 있다.
양측의 관계 개선 움직임은 그러나 아직까지 상징적이면서도 초보적이다.
북한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대만의 20개 유명여행사들을 평양(平壤)으로 불러들였다.4월말 개최되는 평양축전에 3천명의대만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또 장관급 관리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북한은 또 대만에 평양행(平壤行)전세기 취항과 조선국제여행사대북지사의 설치에 협조를 요청했다.
북한은 또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김영로(金泳盧)부위원장등을 파견해 나진(羅津).선봉(銑鋒)투자설명회를 지난 6일 대북市에서 개최했다.
이들을 초청한 중화민국 국제무역협회(中華民國國際貿易協會)는 5월중 북한투자에 관심을 가진 대만기업들로 투자대표단을 구성해북한에 파견키로 했다.
양측의 이같은 접촉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쪽은 당연히한국과 중국이다.대만은 바로 이같은 점을 노리고 있다.
이미 한국측은 중국이라는 실익때문에 대만과의 공식관계를 지난92년 단절하고 93년에 민간차원의 대표부를 교환설치했다.따라서 대만의 대북 접근이 자칫 북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 결과적으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지에 신경을 곤두세 우고 있다.
한편 중국 역시 북한이 중국의사에 반해 대만에 접근하고 있는것을 불쾌히 여기고 있다.중국은 북한을 이용해 지역문제에 개입하려는 대만의 의도를 차단하려 할 것이다.
韓-中,韓-러등 양자관계의 개선으로 질적 변화를 도모해온 동북아질서는 이제 북한의 美.日.대만 관계개선이라는 또다른 양자관계 개선을 가시화하면서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다.그러나 북한과대만관계의 실질적 증진은 北-美관계개선이라는 첫 고리가 풀려야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金成進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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