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말 사이에 담긴 의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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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22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야구를 하고 싶다는 기업을 찾아낸 것 같지 않다. 야구단 운영 대행이 가능한 회사를 찾고, 그들에게 권한을 줘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려는 것 같다. 이 둘의 형태는 분명 크게 다르다. 지난달 30일 제8구단 창단을 발표한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 얘기다. 장밋빛 전망을 한껏 그려놨는데, 그 그림이 명쾌해 보이지 않는다. 창단을 이끌어낸 관계자들의 말에서 그 의혹과 불안은 더 커진다.

“인수 회사는 직접 생산을 하는 회사가 아님에도 야구를 위한 봉사정신으로 기꺼이 구단 인수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야말로 프로스포츠 전반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회사다.”-스포츠서울, 신상우 KBO총재

인사이드 해석-창업투자회사가 봉사정신으로 사업을 한다는 건 금시초문이다. 그 회사 대표이사의 입에서도 ‘봉사’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떠맡겼고 떠안았다는 건가. 총재가 특정구단 편을 들면 평등한 8개 구단 리그가 아니라 ‘7+1’의 불평등한 리그가 만들어진다. 그건 정상이 아니다.

“야구단을 민간투자 사업모델로 운영해 한국 스포츠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겠다. 기존 7개 구단과 다른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만들어 매년 적자폭을 줄여 5년 내에 수익을 낼 수 있다. 스폰서에 따른 팀명의 잦은 변경에 대한 우려도 다년 계약을 통해 씻어내겠다.”-연합뉴스, 이장석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인사이드 해석-나머지 7개 구단의 야구단 전문인력은 적자폭을 안 줄이고 그동안 뭐했나. 프로야구 메인 타이틀스폰서의 규모는 연간 45억원. 구단 네이밍 스폰서는 메인타이틀스폰서에 비해 성적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리스크가 있다. 7개 구단과 다른 방식이라면 성적을 우선하지 않겠다는 것일 텐데, 꼴찌 팀에 많은 돈을 낼 기업은 없다는 함정에 빠진다.

“꼴찌만 안 하면 된다.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야구를 하겠다는 게 우리 구단의 목표.”-CBS 라디오, 박노준 초대단장

인사이드 해석-꼴찌만 안 하면서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야구는 이제까지는 동시대에 불가능했다. 삼미, 청보? 연패의 고통과 텅 빈 관중석 안에서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소수의 팬이 즐겼던 야구란 걸 알았다. 그 둘의 공통점? 얼마 못 갔다는 거다.

“(가입금 지급방식에 대해) 협의 중이다. 먼저 절반(60억원)을 받고 올해 내에 나머지 절반을 받는 방법도 있다.”-스포츠서울, 하일성 KBO사무총장

인사이드 해석-그런 방법이 있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센테니얼이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네 명의 말에서 설렘보다 불안한 마음이 앞서는 게 기우로 그쳤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장석 대표의 말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박 단장은 지난해 만났다. 잘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고 비즈니스적으로 알게 됐다. 난 야구 팬이지만 야구에는 무지하다. 종전 단장들은 마케팅은 알지만 선수단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어떤 단장은 애정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박노준 단장이 해설가, 야구위원회 기술위원이면서 사업가였다는 것. 종전 단장들이 마케팅은 알고 선수단을 모르면서 운영이 가능했다는 것! 애정도~ 부분은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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