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좀 더 자르시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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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36면

한류의 한 축을 떠받치고 있는 영화 스타가 일본에서 화보 촬영을 할 때다. 스타일링을 맡은 건 커리어가 화려한 일본인 스타일리스트였다. 사단은 수트를 입힐 때 벌어졌다. “잘 빚어진 얼굴만 보다가 몸 전체를 보고 놀랐다. 상체와 하체 비율이 딱 반반이더라. 더 놀란 건 배우의 이상한 고집이었다. 보디라인을 고려해 바지 피트를 잡았는데도 자꾸 늘려달라고 하더라.” 이날의 결과는? 상상에 맡긴다.

클래식 수트 브랜드 ‘란스미어’의 마스터 테일러 알도 보넬리가 이렇게 귀띔한 적이 있다. ‘한국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바지를 길게 입는 남자 중 하나’라는 것. 지난번 글에 등장했던 패션 컨설턴트 S D MYUNG의 지적도 비슷하다.

일본을 찾은 한국 비즈니스맨이나 연예인들의 경우 키가 좀 작다 싶으면 대부분 바지 길이가 길다는 것. 이쯤에서 복사뼈 언저리에 주삿바늘 꽂히는 느낌이 온다면 당신 역시 바지 길이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바지 길이에 대한 거대한 착각의 시작은 이렇다. ‘바지가 길면 키가 커 보인다’는 생각. 하지만 스타일리스트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바지 길이가 너무 길거나 통이 넓으면 시선이 그 쪽으로 쏠려 키가 더 작아 보일 뿐이다.” 그러니 어쩌라고? 우선 바지를 입을 때 허리 라인을 배꼽 바로 밑에 고정시켜라.

허벅지에 여유를 주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바지 라인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다음, 바지 길이를 확인하라. 아무리 길어도 절대 구두 뒷굽을 덮지 않아야 한다. 디테일하게 권하면 뒷굽 라인에서 딱 3cm만 자르면 된다. 더 디테일하게 권하면 발목 위 근처에서 일명 ‘쿠션’이라 불리는 주름이 딱 하나, 그것도 살짝 들어가야 한다. 3cm만 줄이면 스타일을 챙길 수 있는데 더 따질 게 있을까. 남은 건 가위질뿐이다.

ps. 바지를 짧게 입고 의자에 앉거나 다리를 꼬았을 때 다리 맨살이 보일 수 있다. 이건 결례다. 그래서 수트를 입을 때는 반드시 무릎까지 올라오는 ‘호스(hose)’ 양말을 신을 것. 사진 한정훈(프리랜서)


글쓴이 문일완씨는 국내 최초 30대 남자를 위한 패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루엘 luel』의 편집장으로 남자의 패션과 스타일링 룰에 대한 기사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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