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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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제2부 불타는 땅 비내리는 나가사키(32) 폭파시킨 굴에서 나온 돌덩이들은 그 크기가 몸집만 했다.그것을 다시 구멍을 파고 거기 쇠말뚝을 박아 작게 쪼개진 것을 밖으로 실어날랐다.
별다른 기술이 필요없는 단순한 일이었기에 징용공들에게 처음 주어진 일이 바로 그 돌과 흙을 실어나르는 것이었다.무쇠로 된밀차에 흙을 담아서 레일을 따라 밀어내는 일이었다.그러나 땅굴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이 실어내야 하는 것은 흙이 아니었다.거의돌이었다.그것도 날카롭기가 손을 벨 것 같은 단단한 검은 돌들이었다. 천장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버팀목으로 받쳐나가면서일을 한다고는 해도,여기서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꼼짝없이 깔려 죽는거구나 싶은 땅굴이었다.이미 공사가 완료된 곳은 시멘트로 둥글게 벽과 천장의 마감 공사를 해서,마치 긴 통의 한 쪽 부분을 약간 잘라내 엎어놓은 듯한 모양이 되었다.그런 굴이 백여미터 원통형을 이루면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 속을 레일을 따라 안에서 파낸 돌들을 실어날라야 했다.그러나 전부가 그렇게 운반이 되는게 아니었다.레일 양쪽으로는 또다른 운반행렬이 이어졌다.달구지 모양의 작은 바퀴가 달린 짐차에 네 사람이 달라붙어서 둘은 앞에서 끌고 둘은 뒤에서 미는 형태로 돌과 흙을 운반했다.
그리고 레일의 다른 한쪽으로는 두 줄을 이루며 조선인 징용공들이 등짐으로 그 돌을 져날랐다.줄 하나는 안에서 지고 나오는행렬이었고 다른 줄은 밖으로 돌을 져내간 사람들이 다시 안으로들어가는 행렬이었다.
윤수,그 약은 놈이,도망이라도 쳐야겠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군.이마의 땀을 닦는 지상의 목덜미로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내렸다.걸음을 멈추고 지상은 천장을 쳐다보았다.길남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하공장을 만든다는 거지.』 여기다가? 지상은 그 말을 들으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전에 있던 공장은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서 손을 놓고 있지 않았던가.
『공습으로 일본 땅덩어리 전체가 불바다가 되는 판 아니냐.철근을 넣어서 시멘트로 싸바르니까 이 정도면 미국놈들 폭격에도 꿈쩍 않는다는 거지.이게 다 실험을 해 보고 나서 하는 공사라니까.』 그 때였다.철썩 하고 물에 젖은 듯 옷에 땀이 밴 지상의 등짝을 내려치는 채찍이 있었다.감독을 하던 아오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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