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한달] 경남 남해군 ‘금연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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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마을로 지정된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2리 무지개마을 주민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사진=송봉근 기자]

“금연마을이라고 전국에 소문이 났는데 우째(어떻게) 딴 데(다른 곳) 가서 담배를 피우겠노.”

31일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2리 무지개마을 회관에서 만난 김동현(78) 할아버지는 자랑스레 말했다. 그는 열여덟 살 때부터 담배를 피워 온 60년 골초였다. 마을 골초 노인 11명과 함께 지난 한 해 동안 담배를 끊어 무지개마을이 남해군으로부터 ‘담배연기 없는 마을’로 뽑히는 데 일등 공신이었다. 김 할아버지의 부인 박귀심(74) 할머니는 천식 환자다. 남편이 담배를 끊으면서 상태가 좋아져 요즘은 병원을 가지 않고도 견딜 정도가 됐다며 남편을 치켜세운다. <본지 1월 1일자 10면>

한 달 만에 다시 찾은 무지개마을 주민들은 “담배를 끊은 뒤 좋아졌다”는 이야기만 쏟아냈다. 주민들에게선 어렵게 성취한 금연마을이라는 명예를 훼손시키지 않겠다는 자부심도 느껴졌다. 마을 입구에는 ‘담배연기 없는 1호 마을-홍현 2리’라는 안내판이 세워졌다. 주민들은 이달 초 총회를 열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벌금 500만원을 물기로 합의했다.

이날 오후 5시. “주민 여러분, 체조할 시간입니다. 마을회관 앞으로 모여주기 바랍니다”라는 방송이 나오자 20여 명의 주민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마시며 큰소리로 구령을 해가며 맨손체조를 30분쯤 했다. 담배 끊은 노인들의 몸무게가 자꾸 불자 매일 한 차례 체조를 하기로 한 것이다.

김현이(75) 할머니는 “들에서 일하는 시간이 적은 겨울에는 몸무게가 하루 다르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남해군은 마을회관에 헬스기구를 지원하기로 했다.

마을에서는 금연캠프도 추진하고 있다. 정주성(43) 이장은 “골초 어르신들의 금연 비법을 묻는 전화가 자주 걸려오고 있어 아예 금연캠프를 다음달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연캠프에선 골초 어른신들이 강사로 나서 담배 끊은 과정을 들려준다. 담배 생각이 간절할 때 이불을 둘러쓰고 눕거나, 들에 나가 미친 듯 일했던 경험담을 설명할 계획이다. 담배를 대체할 수 있는 운동과 음식도 소개한다.

남해군 보건소 정현주(43·여) 건강증진팀장은 “금연을 통해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방식을 체계적으로 보급, 남해군을 장수 마을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김상진 기자 ,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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