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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북극원정대 대장정 첫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사상 최초의 북극해 도보횡단을 놓고 세계 탐험계의 양대 산맥허영호(許永浩.41)와 라인홀트 메스너(독일.51)간에 예상됐던 「세기의 대결」은 메스너의 중도포기로 싱겁게 끝났다.
이제 지구촌의 관심은 12일 장정에 오른 허영호가 무보급 북극해 도보횡단에 성공하느냐 여부에 맞춰지게 됐다.
메스너는 지난 8일(현지시간) 북부 시베리아 수미드타 섬을 출발,장도에 올랐으나 출발 때부터 일단의 곰들이 따라붙는 바람에 이틀만에 탐험을 포기하고 러시아 군용헬기로 철수했다.
메스너는 동생 후베르트 메스너와 함께 2인 1팀을 구성,북극점을 경유해 캐나다 엘레스미어 섬까지 1천7백㎞를 무보급으로 도보횡단할 계획이었다.
中央日報 원정대 역시 똑같은 코스를 선택했다.메스너원정대가 2인,중앙일보팀은 許대장을 포함해 5인이며 출발지와 출발일시에차이가 있다는 점 외에는 두 팀 모두 세계최초의 무보급 도보횡단을 목표로 했었다.
메스너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탐험계의 최고봉.에베레스트 단독등정,지구촌의 8천m급 고산 14개를 모조리 정복한 바 있으며 89~90년 겨울 남극을 걸어서 가로지르기도 했다.
메스너보다 10년 후배인 허영호 역시 기록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에베레스트 2회 등정을 비롯해 남미 아콩카과(6,959m).북미 매킨리(6,194m).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이리안자야 칼스텐츠(4,884m)등 세계 5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허영호는 세계 탐험사상 단 두명에 불과한 3대극점(에베레스트.북극점.남극점)원정성공의 기록을 세웠다.
이들 두 사람은 해외서 모두 「마이스터」(Meister:巨匠)로 불린다.
허영호와 메스너는 지난 89년 네팔 카트만두 시내에서 단 한차례 만난 적이 있을 뿐 같은 루트를 동시에 공략하긴 이번이 처음이었다.당연히 서로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메스너가 일찌감치 레이스에서 탈락함으로써 이제 허영호는 지난 5일 북극횡단에 나선 미국의 탐험가 윈 스티거(50)와 싱거운 경쟁을 하게 됐다.
스티거의 원정은 「도전의 질」에서 허영호에 한단계 떨어진다.
그도 90년에 남극을 횡단하는 등 베테랑 탐험가이긴 하지만 이번 북극횡단은 개썰매를 이용한 것이어서 무보급 도보횡단을 하는 中央日報원정대와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러시아인 빅토르 보이얄스키와 2인 1팀을 이룬 스티거는 수십마리의 시베리안 허스키種 개와 함께 세베르나야 젬랴 곶을 출발,제25회 「지구의 날」인 4월22일 극점을 통과한 뒤 캐나다해안까지 2천7백㎞를 1백20일동안 달릴 예정이 어서 거리 및일정면에선 가장 길다.
許대장은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었는데 메스너가 중도탈락해 아쉽다.그러나 대자연 앞에서 진정한 경쟁상대는 자기 자신일 뿐』이라고 밝혔다.
상트 페테르부르크=林容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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