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알프스 스키장은 달리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2년째 멈춰 선 고성군 흘리 알프스 스키장 리프트. 의자 위에 눈이 그대로 쌓여 있고, 슬로프에는 잡풀이 나 있다. 뒤로 보이는 콘도미니엄도 내부 시설물 상당수가 방치돼 있다.

30일 강원도 고성군 고성읍 흘리 알프스 스키장. 최근 내린 폭설로 스키장 슬로프와 주차장에는 50㎝ 내외의 눈이 쌓였다. 용평리조트 등 다른 스키장이 스키어와 함께 설경을 보려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것과 달리 알프스 스키장은 텅 비었다. 2년째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넓은 스키장에는 마운틴투어스키(산악스키) 동호인 5~6명이 가끔 들리고, 속초소방서 119구조대가 산악구조 훈련을 하기도 했다. 또 이따금 인근을 지나던 관광객이 찾아와 눈을 구경하는 것이 고작이다.

6개의 슬로프와 5기의 리프트를 갖춘 스키장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경제가 가라앉고, 이곳에서 연습을 하던 일부 스키 꿈나무는 훈련을 접었다.

◇멈춘 리프트=한 때 용평리조트와 쌍벽을 이뤘던 알프스 스키장. 눈이 많이 내리고 설질도 좋아 1970년대에는 전국 겨울체육대회도 열렸던 스키장이 문을 닫은 것은 2006년 4월. 3월까지 영업하고 그 해 11월 다시 문을 열지 못했다.

알프스 스키장은 90년대 중반 수도권과 교통이 편리한 영동고속도로 주변에 새 스키장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스키장을 운영하던 대영은 2003년 파산했고, 우민이 이를 인수했으나 경영은 나아지지 않았다. 2005년 직원 급여도 밀릴 정도로 경영난을 겪다 결국 문을 닫았다.

당초 한 시즌만 지나만 다시 개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올 겨울 시즌도 문을 열지 못했다. 두 시즌을 건너 뛰면서 스키 렌탈하우스의 유리창이 깨지고, 많은 눈이 쌓였음에도 슬로프에는 잡풀이 우거졌다. 7개 동 500실 규모의 콘도미니엄도 사용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졌다. 회사 측은 관리인 1명을 둬 주요 길에 눈을 치우는 정도로만 관리하고 있다.

◇지역경제 타격=한 시즌 15만 명 이상 찾던 스키장이 문을 닫으면서 진부령 일대 지역경제도 긴 겨울잠에 빠졌다. 스키 장비를 빌려주는 28개 업소는 모두 문을 닫았고, 음식점도 1~2곳만 제외하고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그냥 놀릴 수 없어 일부 숙박업소는 문을 열고 있지만 개점 휴업 상태다. 진부령 정상의 주유소도 문을 닫았다.

스키장 입구에서 70실 규모의 펜션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는 강대섭씨는 “스키장이 문을 닫은 후 주말의 경우 2~3팀 정도가 찾을 뿐”이라며 “피서와 단풍철 고객으로 겨우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키장 폐쇄는 설악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 시즌 2만 명 내외의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이 이곳에서 스키를 체험하고 설악권 콘도를 이용했으나 지금은 이들의 발길이 끊겼다. 일부 주민은 스키장이 문을 닫으면서 스키장과 흘리 지역에 200억 원, 설악권 200억 원 등 400억 원이 증발했다고 주장했다.

스키장이 문을 닫으면서 흘리분교 스키 꿈나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년 전까지 이곳에서 마음 놓고 연습했지만 지금은 용평리조트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숙식과 리프트 시즌권 등 경제적인 부담으로 고학년 4명만 전지훈련을 할 뿐 저학년은 흘리에서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선수 학부모회 정기공 회장은 “형편이 어려운 아이는 전지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저학년의 경우 2월 정도에 한번쯤 용평에서 경험을 쌓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알프스 세븐리조트를 주간사로 5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스키장과 콘도미니엄을 리모델링하기 위한 설계작업을 하고 있다. 설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리모델링에 필요한 자금은 600억 원. 회사측은 2월말까지 설계를 마치고 3월 공사에 들어가 11월에는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박수흠 과장은 “올 시즌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다”며 “시간이 빠듯하지만 최대한 노력해 다가오는 시즌에는 개장하겠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현재의 규모로는 경쟁력이 없어 스키장 뒤 마산봉까지 포함해 600만㎡을 관광운동휴양지구로 개발하는 것을 염두고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성군도 이 일대를 개발촉진지구로 지정 받기 위해 2월 중 건교부에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