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화로 가는 유럽 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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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일부터 시작되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유럽 순방(巡訪)은이제까지의 여느 정상(頂上)외교와는 달리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일정(日程)이나 목적으로 보아 우리 외교사에서 새로운 분수령(分水嶺)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 다.
최근까지 우리 외교는 일면적이고 제한적인 면이 많았다.말로는총력외교.다원(多元)외교라고는 해왔지만 국가의 능력이나 국내 정치상황등 때문에 많은 제약이 따랐다.1980년대까지만 해도 유엔을 중심으로 북한과의 소모적인 경쟁외교,냉전 (冷戰)의 시대적 조건에 따른 서방세계를 중심으로 한 일방적 안보외교의 틀에서 맴돌기만 했다.또 30년 가까이 지속된 비정상적인 정치체제 때문에 정권의 정통성을 선전하느라 쓸데없는 외교에 국력을 허비하기도 했다.
1980년대 이후 경제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또 냉전체제의붕괴이후 외교의 다변화(多邊化)필요성이 제기,실현되기도 했지만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金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선뒤에도 과거의 제약은 많이 풀렸지만 미국.일 본.중국.러시아등주변 강대국과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중심으로 한 안보외교가 주류를 이루었다.그런 가운데서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외교를 펼쳐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것은 평가할만한 일이었다.
그런 과거와는 달리 유엔의 사회개발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동부.중부.서부 유럽의 5개국을 고루 방문하는 金대통령의 이번 유럽순방 일정은 범세계적 차원의 다자(多者)외교를 지향하는 뜻이담겨 있다.1백여개국의 정상급 지도자들이 모여 국가간의 빈부격차 해소 문제,범지구적인 빈곤,실업,사회적 소외문제등을 논의하는 자리도 우리에게는 깊은 뜻이 있다.도움을 받던 우리도 이제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장에서 의견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또 세계 최대의 경제권이면서도 미국.일본에 편중돼 소홀했던 유럽지역에서 대통령이 직접 경제외교를 벌이는 것은 매우 필요하고도 의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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