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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 벗어봐야 안다? 8타 차 우즈엔 안 통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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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타이거 우즈(미국)가 8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그러나 워낙 큰 점수차로 리드하고 있어서인지 표정엔 여유가 넘친다. [샌디에이고 AP=연합뉴스]

4라운드로 치러지는 남자 골프 대회에서 3라운드 후 우승자가 거의 정해졌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다.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의 토리파인스 골프장 남코스에서 벌어진 PGA 투어 뷰익인비테이셔널 3라운드에서 우즈는 6언더파 66타를 쳐 중간합계 18언더파를 기록했다. 대회 3라운드 최소 타와 타이며 2위 스튜어트 싱크(미국)에게 8타 차 선두다.

장갑을 벗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알 수 없는 게 골프라고 하지만 이 정도 점수 차면 2위가 뒤집기는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더구나 우즈는 프로 데뷔 후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나선 경기에서 한 번도 역전당한 적이 없다. 야구로 따지면 9회말 투아웃, 8-0으로 앞선 상황에서 선동열이 마운드에 올라온 경기쯤 된다.

전성기에 선동열이 마무리 투수로 나오면 상대 타자는 안타를 칠 생각은 그만두고 혹시 방망이가 부러질까 봐 헌 배트를 들고 나왔다고 한다.

외신은 ‘누가 우승하느냐가 아니라 언제 우승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4라운드가 열릴 28일 폭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즈는 “어떻게라도 하루 밀리지 않고 28일 경기를 끝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악천후로 4라운드가 취소되면 2위 그룹에서 항의를 한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아니다. “역전 우승을 노리겠다”는 선수가 한 명도 없다.

2위인 스튜어트 싱크는 “1위에 우즈가 있으니 난 우승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완벽했지만 요즘 우즈는 꺾기 어렵다”고 말했다.

“콜드게임으로 그냥 경기가 끝났으면 좋겠다. 역전은 꿈도 못 꾼다.”-3위 조 듀런트.

“우즈를 뺀 나머지 선수 중 1등을 하고 싶다.”-4위 저스틴 레너드.

대회 조직위는 ‘PGA 투어는 리틀야구 리그는 아니다’면서 하루 늦춰서라도 4라운드를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우즈는 1라운드에서 드라이버가 잠시 흔들렸으나 아이언만으로도 충분히 최고가 될 만했다. 3라운드까지 그린 적중률이 1위(85.2%), 그린 적중 시 퍼트 수(1.63) 2위였다. 통계만으로도 경쟁자들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수치다. 3라운드 5번 홀에서 핀 5m 뒤에 공을 떨어뜨렸다가 핀 옆 10㎝에 끌어당겨 버디를 잡은 것이 이날의 하이라이트다. 2라운드 이후 드라이버도 고쳤다. 우즈는 3라운드 18번 홀에서는 351야드의 드라이브샷을 날리는 등 완벽한 게임을 하고 있다. 최경주(나이키골프)는 2라운드까지 5오버파 공동 119위로 컷 탈락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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