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내 돈도 아닌데 …” 기업은 “한푼이라도 아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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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청사와 일반 기업의 점심시간 사무실 풍경이 너무도 다르다. 조명과 컴퓨터가 그대로 켜진 정부과천청사 3동의 산업자원부 에너지환경팀 사무실을 취재팀이 둘러보고 있다<左>. 서울 광화문 현대해상 사무실은 전체 조명이 꺼지고 사람이 있는 자리에만 불이 켜져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23일 오전 11시50분 산업자원부 에너지환경팀이 있는 정부과천청사 3동 5층. 복도로 직원들이 삼삼오오 몰려나왔다. 웅성웅성하는 사이에 “에너지 절약을 위해 사무실 소등을 하고 사무기기의 전원을 차단하라”는 소리가 들렸다. 청사 관리사무소의 안내 방송이었다. 방송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이 빠져나간 뒤 사무실과 복도의 형광등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다른 층도 마찬가지였다. 5~7층 산자부 사무실 대부분은 형광등과 함께 컴퓨터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 산자부 관계자는 “늘 공지하지만 잘 안 지켜지는 것 같다”며 “내부 전산망을 통해 다시 한번 에너지 절약에 참여하도록 알리겠다”고 말했다.

 오후 8시30분, 밖에서 본 청사 5동 5~7층은 거의 모든 사무실 불이 켜져 있었다. 이곳은 환경부가 있는 곳이다. 청사 안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의 사무실에는 직원 한두 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한두 명만 있는데도 사무실 전체의 불을 켜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 세 곳은 아예 직원이 없었다.

 24일 낮 12시10분 서울 광화문 17층짜리 현대해상 빌딩. 대부분의 방이 어두컴컴하다. 중앙관제센터에서 점심시간 동안 아예 건물 전체의 조명을 꺼 버린 것이다. 급한 업무가 있는 사무실만 수동으로 주변 조명을 켤 수 있다. 이 건물은 2004년 3월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시스템을 바꿨다. 오후 8시 이후에는 한 시간 간격으로 사무실 불을 모두 끈다. 필요한 곳만 불을 켜고 일하라는 의미다. 이렇게 해서 절약한 전기가 연간 14만1120㎾h다. 40가구가 일 년간 사용하는 양이다. 돈으로는 연간 1700만원, 2004년 3월 이후 6500만원을 절약했다. 포스코도 매일 한 시간의 점심시간 동안 서울·포항·광양 사무실에 중앙통제 방식으로 자동 소등을 실시해 전기를 아끼고 있다. 에너지 절약 정책을 담당하는 산자부·환경부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2006년 현재 국민 1인당 연간 전력 소비량은 7191㎾h에 이른다. 2002년을 기준으로 미국 1만2226㎾h나 캐나다 1만5593㎾h, 일본 7719㎾h보다는 적다. 하지만 독일(6050㎾h)보다는 많은 양이다. 국내 전력의 60%는 석탄·석유·액화천연가스(LNG)를 태워 만든다. 석유는 전체 전력 생산 연료의 5%를 차지한다. 전기를 절약하는 것은 석유 수입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화석에너지 소비가 줄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줄이는 효과까지 있다.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남정호 뉴욕특파원, 김동호 도쿄특파원, 최지영(국제부문)·김영훈(경제부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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