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울 땐 귀부터 살피세요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끼면 빈혈이나 체력 약화를 의심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상당수는 귀의 평형기능 이상 때문이다. 중앙포토

메니에르병·소양증·이명증·대퇴골두무혈괴사·갑상선기능 항진증….

지난 한 주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서 병명이 무더기로 상위에 올랐다. 탤런트 한지민·유지태 등이 ‘메니에르병’ 환자로 알려진 뒤 스포츠연예 관련 언론매체들이 ‘연예인의 희귀병’을 경쟁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병들 중에 ‘의학적’인 관점에서 희귀병은 없다. 소양증은 가려움증, 이명증은 귀울림의 한자어로 흔한 병이다. 갑상선기능 항진증, 대퇴골두무혈괴사 등도 쉽게 볼 수 있는 병이다.

메니에르병 역시 희귀병이 아니다. 어지럼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속귀 질환이다.

많은 사람이 어지럼증이 귓병 때문에 생긴다고 하면 의아해한다. 어지럼증이 생기면 빈혈이나 체력 약화로 지레짐작하기 십상이다. 겨울에는 뇌졸중을 의심하고 병원 응급실을 찾는 사람도 많다.

어지럼증은 귀에서 평형기능을 담당하는 안뜰기관(전정기관)의 이상이 가장 많고 뇌 신경계나 심장혈관계, 내분비계 장애 등도 원인이다. 빈혈로 어지러운 경우는 많지 않다.
　
왜 어지러울까?

사람은 귀·눈·몸 표면의 감각 등을 뇌가 통합해서 평소 평형감각을 유지하는데, 한 부위라도 이상이 생기면 어지럽게 된다.

어지럼증은 멀미·스트레스·긴장 등의 이유로도 생기는데 이때는 ‘평형감각 시스템’이 과도한 자극을 소화하지 못한 것으로 굳이 치료받을 필요는 없다.
병적인 어지럼증은 크게 두 가지 증세로 분류된다.

주위가 빙빙 돌아가는 느낌이 들면서 속이 메슥거리면 귓속의 평형감각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땐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순간 눈앞이 캄캄해지고 아찔해지는 느낌이 들면 뇌와 신경계·순환계·내분비계 등의 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응급실이나 신경과·신경외과를 찾아야 한다.

귀의 이상

메니에르병은 이 병을 처음 보고한 프랑스 의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어지럼증과 함께 귀에 소리가 나면서 꽉 찬 느낌이 들며 청력이 감소한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구역질·구토 등의 증세 때문에 고생한다.

진정제 주사를 맞고 소금 섭취를 줄이면서 이뇨제·스테로이드제제·미세혈관 순환 개선제 등의 약물치료를 받는다. 완치는 어렵지만 불현듯 증세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증세를 개선하기 위해 고막을 찢고 독성 약물을 투여하지만 자칫하면 청력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고개를 돌리거나 숙일 때 순간적으로 빙빙 도는 느낌이 들면 ‘양성 돌발적 체위 어지럼증’일 가능성이 크다. 몸의 평형이 유지되려면 이석(耳石)이 내이(內耳)의 안뜰기관 감각세포 위에 모래 더미처럼 쌓여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반고리관의 각 부위에 들어가는 것이 원인이다. 특수한 운동요법을 받으면 90% 이상이 좋아진다.

안뜰기관이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인해 손상되는 ‘안뜰 신경염’ 역시 어지럼증의 원인이다. 하루 이상 심하게 어지러우며 구역질·식은땀 등과 함께, 앉았다 일어서면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넘어지는 증세가 나타난다. 이렇게 깨진 균형은 환자가 되도록 많이 움직여서 인체의 ‘보상기능’에 의해 자연적으로 회복되도록 하는 것이 주 치료법이다.
　
다른 원인의 어지럼증

흔치는 않지만 가장 위험한 것이 뇌졸중으로 생기는 어지럼증이다. ‘어지럼증과 함께 몸의 한쪽이 저리거나 마비된다’ ‘발음이 어눌해진다’ ‘한쪽 눈이 잘 안 보이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인다’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급히 병원으로 가야 한다.

당뇨병·고혈압·편두통·빈혈·부정맥·협심증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불안장애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어도 어지럼증이 온다. 소뇌에 이상이 생기면 발음이나 보행 등의 장애와 함께 어지럼증이 오기도 하고, 목뼈에 이상이 있으면 뒷목이 아프고 손이 저리면서 어지럼증이 생긴다.

대부분 뿌리가 되는 질환을 치료하면 어지럼증이 해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