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즈·미켈슨·싱 ‘빅3’ 체제의 올해 첫 격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6호 20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이 이번 주 개막한다’.

이게 무슨 소린가. PGA 시즌 개막? 2주 전에 최경주가 소니 오픈에서 우승했는데 뭘 잘못 알고 하는 소리겠지.

하지만 잘못 알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PGA 전문가의 글에 나오는 대목이다. 미국의 골프 전문 잡지 ‘골프월드’의 론 시라크 편집장이 ESPN.com에 기고한 칼럼의 머리글. 의미는 이렇다.

25일(한국시간) 뷰익 인비테이셔널 대회가 샌디에이고에서 티오프됐다. 이 대회에 세계 랭킹 1, 2위 타이거 우즈(32)와 필 미켈슨(37)이 출전한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두 수퍼 스타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출전하니까 뷰익 인비테이셔널이야말로 진정한 PGA 개막전이라는 얘기다.

매년 이맘때 골프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 같은 시기에 열리는 프로미식축구(NFL) 플레이오프의 열기에 밀려서다. 게다가 미국 스포츠 팬들은 올해 벽두부터 프로야구 선수들의 약물 복용 관련 뉴스에 진력이 났다. 하지만 PGA 최대의 라이벌인 우즈와 미켈슨의 시즌 첫 대결은 단숨에 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골프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우즈는 2005년 이후 뷰익 인비테이셔널을 독차지해 왔다. 올해 우승하면 4연속 우승이 되며, 2003년에도 우승했다. 미켈슨은 1993·2000·2001년 우승자로 7년 만의 패권 탈환을 노린다.

뷰익 인비테이셔널을 앞두고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미국 남자 골프의 쌍두마차 격인 우즈와 미켈슨이지만 두 선수의 그늘 속에 날카롭게 빛나는 눈빛을 놓쳐서는 안 된다. PGA 투어 통산 31승, 메이저 3승에 빛나는 비제이 싱(44). 한때 우즈에게서 세계 1위 자리를 뺏었던 사나이다.

싱의 세계 랭킹은 11위까지 떨어져 있다. 하지만 10위권에 싱보다 승수가 많은 선수는 우즈(61승)와 미켈슨(32승) 두 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싱보다 메이저 우승이 많은 선수는 우즈(13승) 한 명뿐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싱이 불혹이 지난 나이에 무려 19승이나 올렸다는 점이다. 이 부문 최고 기록. 종전 기록은 샘 스니드의 16승이었다.

싱은 투어에서도 소문난 연습벌레다. 이미 올 시즌 두 개 대회에 참가했다. 개막전이었던 메르세데스-벤츠 챔피언십에서 공동 12위, 소니 오픈에서 공동 45위에 그쳤지만 라이벌들이 합류한 만큼 싱의 샷도 긴장감과 투지로 인해 더욱 날카로움을 더할 것이다.

우즈와 미켈슨, 그리고 싱은 PGA를 수놓아 온 ‘빅3 열전’의 최후 버전이다. 이들은 ‘원조 빅3’인 잭 니클로스·아널드 파머·게리 플레이어의 대기록에 다가서고 있다. 원조 빅3는 투어 159승과 메이저 34승을 합작했다. 우즈·미켈슨·싱 트리오는 투어 124승, 메이저 19승을 기록하고 있다. 우즈와 미켈슨은 골퍼의 전성기인 30대이고, 싱은 노쇠의 기미가 없다. 클래식 빅3의 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우즈와 동시대에 선수 생활을 하는 미켈슨과 싱은 불운한 골퍼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이 펼치는 명승부의 파노라마는 골프 팬들을 기쁘게 하고, 골프사에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