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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난 지금이 전성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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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08년은 세계골프에서 역사적인 해가 될지도 모른다. 4개 메이저대회를 한 선수가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랜드슬램은 지금까지 한 차례 나오기는 했다. 1930년 ‘골프의 성인’으로 불린 보비 존스(미국)가 기록했다.

 그러나 당시 그랜드슬램은 지금보다 격이 낮았다.

 당시 메이저대회는 2개의 메이저 대회와 2개의 아마추어 대회였다. 바로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과 US오픈, 영국 아마추어 챔피언십,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이었다. 최고 실력을 가진 선수가 모두 출전하는 프로 대회는 2개에 불과했다. 존스가 뛰어난 선수라 해도 2개가 아니라 4개 대회에 모두 우승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올해 그랜드슬램이 나온다면 순도가 훨씬 높은, 현대적 의미의 첫 그랜드슬램이 된다.

 그랜드슬램이 올해 나온다면 물론 주인공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될 것이다. “그랜드슬램을 노리겠다”는 강렬한 출사표를 던진 우즈는 25일(한국시간) 2008년 그랜드슬램의 가도를 뚫었다.

 시즌 데뷔전 첫 라운드는 거의 완벽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의 토리파인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PGA 투어 뷰익인비테이셔널에서 우즈는 5언더파 67타를 쳤다. 선두 트로이 매트슨(미국)에 2타 차 공동 3위인데, 우즈는 경기가 열린 두 코스 중 어려운 남코스에서 이처럼 좋은 성적을 냈다. “남코스에서 5언더파면 매우 만족한다”고 우즈는 말했다.

 우즈는 초반 드라이브샷이 흔들렸다. 전반 9홀에서 페어웨이 적중은 두 번뿐이었다. 벙커와 러프, 때론 나무 뒤에서 두 번째 샷을 해야 할 때도 많았지만 절정의 아이언샷과 쇼트게임으로 위기를 넘겼을 뿐 아니라 버디를 6개나 잡아냈다. 16번 홀에서 칩샷을 실수해 보기를 한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우즈는 “샷이 흔들렸지만 어렸을 적부터 이 골프장에서는 편하게 경기를 치러 좋은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는 길고 긴 토리파인스 남코스(7568야드)에서 편하다면 우즈의 그랜드슬램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토리파인스 남코스는 올해 US오픈이 열린다. 우즈는 US오픈에서 유난히 약했는데 오히려 강한 면모를 보이게 됐다.

 올해 우즈는 “그랜드슬램이 안 될 이유가 없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최근 7개 대회 중 6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우승 못한 대회에선 2위였다. 마지막 대회인 타깃 월드 챌린지에서는 2위와 7타차의 완승을 거뒀다.

 그래서 올해 우즈 최고의 시즌이 될 거라는 기대가 많다. 우즈의 코치 행크 헤이니는 “지난해 초반 우즈는 자신감이 부족했으나 하반기부터는 자신감과 목표의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즈의 최고 전성기는 2000년이었다. 당시 우즈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3개 대회를 석권했고 여세를 몰아 이듬해 마스터스까지 4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기록을 세웠다. 이른바 ‘타이거 슬램’이다. 당시 어니 엘스는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 같았다”고 우즈를 평가했다. 우즈는 “당시에 비해 체력이 뒤질 것이 없으며 훨씬 정교하며 골프에 대한 이해가 늘었다. 지금이 전성기”라고 자신했다. 한편 최경주는 쉬운 북코스에서 이븐파 공동 51위에 머물렀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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