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물 폭탄’ 언제 멈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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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인 매도공세는 언제쯤 진정될 것인가.
 
2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격 금리 인하로 세계 증시가 안정을 되찾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은 계속 주식을 내다팔았다. 23일에도 573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 들어서만 7조원이 넘는다. 외국인 매도공세가 가장 거셌던 지난 한 해 동안 24조원을 판 걸 감안하면 불과 보름여 만에 판 액수로는 크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도 30%에 바짝 다가섰다. 가장 높았던 2003년(42%)과 비교하면 10%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계속 팔고 있는 건 차익을 내고 팔 수 있어서다. 외국인은 2003년과 2004년 국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국내 주식 값이 바닥을 길 때였다. 2005년 국내 주식형 펀드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주가가 크게 뛰었기 때문에 지금 팔아도 두세 배 수익은 낼 수 있다. 여기다 국내 주식은 팔기가 쉽다.

골드먼삭스 한국지점 임태섭 공동대표는 “인도시장에선 외국인이 한 번 매도에 나서면 거래가 중단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팔고 싶어도 마음대로 팔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내에선 그동안 외국인이 판 주식을 기관과 개인투자자가 받아내며 주가 폭락을 막았다.
 
앞으로 외국인이 얼마나 더 팔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임 대표는 “2003년 유입분은 대부분 빠져나갔다”며 “2000년 분까지 유출되면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이 최대 2% 정도 더 떨어질 수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주로 헤지 펀드, 글로벌 펀드가 한국 주식을 많이 팔았다”며 “(장기 투자를 하는) 대형 뮤추얼 펀드는 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돈을 빼갈 외국인은 팔 만큼 팔았다는 얘기다.
 
반면 국내 증시의 외국인투자 비중이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높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 공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란 반론도 있다. 교보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신흥시장의 외국인 비중은 25% 내외”라며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 외에는 외국인들이 매도를 줄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도 “앞으로도 외국인 매도가 10조원은 더 쏟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외국인 매도 공세의 강도는 갈수록 누그러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투자신탁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가가 서서히 매수 규모를 늘려가고 있는 것도 외국인 매도 공세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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