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도 전문任員시대 본격개막-은행株總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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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은행가의 인사패턴이 「능력」과 「전문성」위주로 바뀌면서 올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전에 없이 큰폭의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다.
고졸(高卒)출신이 내로라 하는 명문대 출신들을 제치고 임원으로 승진하는가 하면 국제업무등 전문분야의 부장들이 대거 임원으로 올라가면서「전문임원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은행 임원들의 평균 연령도 낮아졌다.우찬목(禹贊穆)조흥은 행장,허한도(許翰道)동남은행장,허홍(許洪)대동은행장에다 24일 전북은행 주총에서는 박찬문(朴贊文)후보가 신임 행장으로 선임될 것이 확실해 올해 주총에서는 4개 은행이 새 사령탑을 맞게 됐다.
아직 주총이 끝나지 않은 충북등 5개 지방은행을 제외한 21개 시중.특수(국민.장기신용은행)은행의 정기주총이 마무리된 23일 현재까지 임기가 만료된 임원 59명(행장제외)중 32명이자리를 물러났다.
이밖에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임원 6명이 퇴진했다.특히 6대시중은행에서는 임기만료 임원 27명중 절반이 넘는 15명이 퇴진했다.한일은행의 경우 임기만료 임원 5명중 4명을 물러나게 하는가 하면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임원 한명을 도중하차시켜 급속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상업.외환.대동등 대부분 시중은행들이대폭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이에 따라 임원의 평균연령이 5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낮아졌다.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개방화.자율화의 추세 속에서 경 쟁이 치열해 지면서 연공서열(年功序列)보다 능력위주의 인사가 많았다는 점이다.
새로 이사가 된 조흥은행 김학수(金學洙)前수신업무부장도 한 예다. 그는 고졸(부산상고)출신이라는「걸림돌」을 딛고 서울대.
연세대.고려대등 명문대출신 부장들과 함께 23일 정기 주총에서임원으로 승진했다.
인사적체가 심한 은행가에서는 보기 드물게 광주은행에선 장재철(張材哲.46)씨가 이사가 되면서「40대 이사시대」를 예고하고있다. 임원이 되면 최소한 3년 임기는 채운다는 전통이 깨진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상업.보람등 5개 은행에서 임기가 끝나지않은 임원중 6명이 물러났다.
이와함께 한때는 다른 은행에서 임원이 오는 것에 대해「낙한산인사」라고 반대했던 은행가에『타행출신 임원이라도 능력만 있으면된다』는「실리주의」가 확산된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경영부진을 이유로 조성춘(趙成春)행장이 자진사퇴한 뒤 행장을공모까지 했던 대동은행이 8명의 임원중 5명을 물갈이하면서 이중 4명을 국제.여신.심사부문에 뛰어난 외부인사로 채운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분위기속에 한국은행 출신들이 행장 두자리와 임원 네자리를 차지하는 행운을 낚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잡음도 없지않아 일부 은행에서는 전혀 예상 밖의 인사가 「발탁」됨으로써 아쉬움을 남겼다.
보람은행은 임원수를 8명에서 7명으로 줄였지만 국민(12→14명)등 일부 은행들은「그동안 비었던 공석을 채운다」는 명분아래 임원수를 되레 늘려 은행 안팎에서 곱지않은 시선을 받았다.
〈吳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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