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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X세대>13.멕시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웃음소리,부서지는 파도소리와 한데 어우러져 더욱 생동감 넘치는 음악,그리고 춤….
멕시코시티에서 남쪽으로 4백80㎞정도 달리면 발아래 펼쳐지는휴양지 아카폴코의 밤은 젊음의 향연 그 자체다.디스코테크며 하드록 카페 등이 한데 몰려 있어 야행성(?)젊은이들이 으레 기웃거리게되는 해변 중심가는 밤이 깊어질수록 온갖 시름을 다 잊게하는 음악과 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다.
「마카레나」라는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디스코테크의 초대형 테이블은 뛰어올라와 춤판의 절정을 연출하는 20세 전후의 젊은 춤꾼(?)들로 꽉찬다.
그러나 『젊은이가 즐기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기지않고 이런 분위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한 노인이라도 상관없다』는 아르바이트 대학생 올리버(22)의 말대로 「마음만 젊은」40~50대중년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이런 디스코테크에서 안전요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니까 용돈도벌 수 있고 따로 머리를 식히러 다닐 필요도 없어 일석이조』라는 컴퓨터공학도 사비에르(21).초저녁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웃고 떠들며 춤추다 돌아가는 젊은이들이 무슨 수로 아침부터일하거나 공부하느냐는 질문에 『마음껏 놀지도 못하는 젊은이라면어떻게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겠느냐』고 그는 반문한다.신나게 놀줄 알아야 일도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변호사 지망생 후안(23)은 학교공부를 하는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겸해 법률회사 수련생으로 일해야하는 평일은 어쩔 수 없더라도 주말만은 「젊은 기분이 전혀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야 새로운 한주일을 열심히 살 수 있는 준비가 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만18세 미만의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라 타르데아다」라 부르는 일종의 디스코테크가 따로 있다.오후2시부터 시작되는 이 청소년 전용춤판에서는 알콜이 들어있지 않은 음료수만 판다.저녁 8시쯤이면 부모가 찾아와 자녀를 집으로 데려가는 것도 불문율.
『뭐니뭐니 해도 열다섯살 생일파티가 최고죠.하룻밤 사이에 자신이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변신한 느낌도 들고….』 고등학교를 졸업한뒤 관광안내원이 되려고 영어공부를 하면서 유치원 보조교사아르바이트를 하고있는 안나(19).멕시코 부모들은 딸이 15세가 되면 대개 성당에서 축하미사를 올린뒤 일종의 성인식처럼 성대한 생일잔치를 열어준다고 한다.그 장소는 자기집이나 「라 타르데아다」,또 작은 마을이라면 동네 한복판이 될 수도 있다.이파티에는 「마리아치」라는 민속음악 연주자그룹을 불러다 춤음악을연주시키기도하고,그럴 형편도 못되면 녹음기를 틀어놓은채 신나게춤춘다.15세가 된 주인공은 이 생일잔치에서 부모로부터 금팔찌라든가 드레스 등 전에없이 큰 선물을 받고 처음으로 왈츠도 추게된다. 『요즘 돈좀 있다는 집 아이들은 파티를 생략하더라도 오토바이나 최신형 오디오를 사달라고도 조른다니 참 기막히지않아요.』원래 멕시코 청소년들이 운전면허증을 딸 수 있는 나이는 만18세.부모가 동의하면 만15세부터 운전할 수 있는데다 여 자의 경우 열다섯번째 생일을 성인식처럼 치르므로 15세부터는 부모의 허락없이도 이성친구와 데이트를 시작한다.
『멕시코는 성적으로 매우 개방된 편이면서도 가톨릭국가이므로 낙태가 금지돼 있어 큰 사회문제가 되고있다』는 건축학도 루이스(21).피임기구 사용법 등 적절한 성교육이 따르지 않는한 미혼모라든가 에이즈감염 문제가 환경오염 못지않게 심 각해지리라고걱정한다.『요즘 멕시코 대학생들은 민주.자유.정의에 대해 점점더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가족관이나 종교적 믿음은 매우 약해지는 경향이고요.』 멕시코시티의 인터컨티넨탈대학 총장 후안 호세코로나(52)신부는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가리발디광장이나 소나로사의 카페에서 코카라차(술이 들어있는 커피)라든가 맥주를 마시며 청소년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젊은 신부」다.
『타고난 낙천성이야말로 멕시코 젊은이들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무기』라는 코로나 총장.세계 1백대 부자중 24명이 멕시코인이지만 빈민도 4천만명에 이르는 빈부격차,페소화(貨)폭락,치아파스사태로 더욱 심각해진 사회경제적 위기를 비롯한 결코 밝지않은현실에도 불구하고 외국어(특히 영어).컴퓨터.국제법 등 미래를위한 공부에 적극적인 젊은이들의 밝고 활기찬 모습이야말로 『멕시코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확실한 이유』라고 그는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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