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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외국인 탈출 행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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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아이티의 소요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무장반군의 진격이 임박한 가운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25일 약탈이 자행되고 탈출행렬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아이티에서는 70여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약탈과 탈출행렬=외국인과 아이티인 수백명은 필사적으로 공항으로 밀려들고 있으나 항공편이 일부 취소돼 공항에서 발을 구르기도 했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플로리다 앞바다에서 모두 140명의 난민이 타고 있는 배 2척을 발견해 억류하고 있으며 250명이 탄 또 다른 배를 감시 중이다. 아이티 현지 한국 교민 19명은 전세기편으로 이웃 도미니카공화국에 대피했으며 선교사 1명 등 3명은 아직 체류 중이다.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정부 세력들은 수도에서 화물 컨테이너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등 반군과의 전투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무장한 일부 폭도들은 이날 자동차딜러를 급습하는 등 도시 곳곳에서 약탈을 자행해 시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아리스티드 축출 임박=아리스티드 대통령은 야당의 국제사회 중재안 거부와 프랑스로부터의 자진사퇴 압력으로 축출위기로 내몰렸다. 벌써 망명설이 흘러나오는 형편이다.

경찰간부 출신인 기 필리페가 이끄는 무장 반군들은 지난 5일 소요사태 발생 이후 3주 만에 고나이브와 앵슈, 토추섬 등 북부지역을 대부분 장악했다. 필리페는 '비전 2000 라디오'와의 전화 회견에서 "대통령궁으로 진격해 아리스티드를 체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주기구(OAS)는 26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소요사태 배경=무장반군은 아리스티드가 인권을 탄압하고 부패를 저질렀다며 하야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번 소요사태는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정쟁과 대결의 연장에 불과하다.

해방신학자 출신인 아리스티드는 1991년 아이티 사상 최초의 민선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는 세드라가 이끄는 군부 쿠데타로 7개월 만에 국외로 축출됐으나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군사개입에 힘입어 94년 복귀했다.

아리스티드는 96년 대선에서 당선된 르네 프레발 대통령의 막후에서 권력을 행사해오다 2000년 재선에 성공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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