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영화서 웃다… 차인표, 스크린 불운 날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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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음에 안들어 투자가 철회됐을까. 내심 처음으로…내가 차인표가 아니라 송강호라면, 아니면 설경구나 장동건이라면…그래도 투자가 철회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우울했다."(차인표의 '목.항 일기' 중에서)

차인표가 뜨고 있다. "송강호라면…"을 씁쓸하게 읊조리던 그가 영화'목포는 항구다'(이하 '목.항')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영화는 20일 개봉해 25일까지 전국 47만 관객이 봤다. 그는 20, 21일 스코어만으로도 관객 10만명을 넘자 그 길로 서울극장으로 달려가 무대 인사를 했다. "제 역대 흥행 최고기록이 10만명이었습니다. 앞으로 이 영화를 봐주시는 분들은 제 기록 세워주시는 겁니다."

왜 이렇게 '오버'하는 걸까. 그는 브라운관에서는 성공했지만 스크린에서는 지독히 불운했다. '짱''닥터 K''알바트로스''아이언팜''보리울의 여름' 등 다섯편의 영화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차인표=흥행 안되는 배우'로 각인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마지막이란 각오로 출연한 '목.항'이 흥행 가도를 달리니 신바람이 난 거다.

관객 한명이 절실했던 그는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흥행 도우미'를 자청했다. '목.항'에서 목포의 조폭 두목으로 나왔던 차씨는 목포를 시작으로 대전.대구.부산.인천 등 지방 극장을 다니며 무대 인사를 했다. 공동 주연인 조재현이 연극 '에쿠우스'로 바쁜 사이, 방방곡곡 발품을 팔고 다녔다. 무대에 오르면 어김없이 "실미도.태극기처럼 훌륭한 영화 안 보시고 굳이 저희 영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고 허리를 숙였다.

'목.항'의 홈페이지(www.okmokpo.com)에 제작 초기부터 써온 '목.항 일기'도 화제다. 투자가 안 돼 영화 제작이 무산 직전까지 갔을 때의 심정, 서울.목포를 오가는 빡빡한 스케줄 탓에 기침에 피가 섞여 나온 이야기 등이 마음을 울린다.

그는 요즘 아침마다 "내 기록이 얼마나 경신됐을까" 궁금해 하며 잠자리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성실.진솔한 배우 차인표. 그가 드디어 빛을 보고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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