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통신 표현의 한계논란-음란소설 띄운 美대학생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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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컴퓨터 통신에 실린 문학작품은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는가-. 정보화사회의 총아인 컴퓨터 통신이 새로운 문학작품 창작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는 인터넷에 음란소설을 올린 대학생이 구속돼 컴퓨터 통신의 비윤리적.반사회적 내용에 대한 법적 제재 범위를 싸고 공방이 한창이다.
사건은 현재 미시간 주립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에리브러햄 제이콥이 동료 여학생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내용을 담은 소설을 인터넷에 연결된 「유즈넷」이라는 통신망에 공개하면서 시작된다.
근착 뉴욕타임스지에 따르면 그는 제이크 베이커라는 필명으로 소설 『파멜라의 시련』(Pamela's Ordeal)을 통신망에올렸다.문제가 된 내용은 한 남자가 여자에게 재갈을 물린 채 의자에 고정시켜 놓고 쇠막대로 고문하면서 강압적인 성관계를 가진다는 부분.그는 이 소설을「유즈넷 」의 가장 인기있는 동호인모임의 하나인 「성이야기」 코너에 올려 많은 사람들이 읽게 했다.「성이야기」 그룹은 성에 대해 개방적인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인터넷에 접속하면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개프로그램이다.그는 소설을 올리면서『이 작품이 다소 역겨운 느낌을주지만 자기는 소설속 주인공의 모델이 된 여학생에게 말 한마디도 걸어본 적이 없었다』는 단서조항을 붙여놓기도 했다.
그런데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미시간대 졸업생들이 이 작품을통신망을 통해 본후 작가가 자기대학 출신이라는 점에 격분,모교측에 이 사실을 알려 응분의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이후대학경찰과 미연방수사국(FBI)은 조사 끝에 그를 고소했고,학교측에서는 정학조치까지 내렸다.그는 법원에 보석신청을 내기도 했지만 거절당했다.이유는 그가 비록 학생의 신분이고,또 소설의대상이 된 여학생에게 접근한 사실은 없지만 소설의 내용이 사회의 건전한 분위기를 해치고 있어 그가 언제 터질줄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것이다.검찰측에서는 문제가 된 소설 뿐만 아니라그가 독자들에게 전자우편을 통해 여자를 납치,학대.살인까지 하고 싶다는 욕망을 밝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를 구속까지 한 조치는 지나치다는 반대쪽의 목소리도높다.우선 작가 스스로 미국헌법 수정조항에 명시된 언론자유에 의해 보호받아야 한다고 항변하고 있다.특히 시민권옹호 사회단체로부터의 반발이 거세다.그들은 일단 작품이 통신 망의 1차 심사를 거쳐 실렸기 때문에 법적인 하자가 없고,또 현재의 법률로는 이를 단속할 명문조항이 아직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일부 통신 옹호자들은『인터넷은 국가간의 경계가 없는만큼 한나라의 법률로 인티넷에 실린 내용을 제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한편 이번 재판은 오는 21일 디트로이트에 있는 연방법원에서 열리며 만약 유죄로 판 명되면 작가는 최고 5년의 징역형에 처하게 된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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