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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한·중·일 ‘외식 삼국지’ 젓가락을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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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창업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태반은 외식업을 떠올린다. 한식과 일식, 그리고 중식은 ‘외식 삼국지’를 형성하며 창업자에게 손짓하는 아이템이다. 각 분야의 베테랑들이 전하는 성공 비결과 전문가(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의 조언을 들어보았다.

문병주 기자

한식▶ 밥맛·장맛으로 승부

‘청국장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오원자(47·사진) 사장. 직영점 8개를 포함해 전국에 20여 개 가맹점을 둔 한정식 전문점 ‘좋구먼’과 찌개카페 ‘찌개애감동’을 운영하며 연 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한식 메뉴가 다양해졌지만 밥과 장맛을 잡지 못하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 사장이 중점을 두는 건 장맛. 매년 11월이면 된장·간장을 담그기 위해 외부활동도 끊을 정도다. 경기도 용인에 식품관을 두고 있는데, 나물류를 제외한 모든 제품을 직접 만들어 격일로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밥맛도 중요하다. “좋은 쌀을 쓰면 원가가 좀 더 들지만 매출은 곱절로 돌아오죠.”
 
또 다른 성공 전략은 디자인. ‘찌개애감동’의 경우 카페 뺨치는 인테리어 수준을 자랑한다. 압구정 점포는 젊은이들은 물론 외국인 고객도 매료될 정도. 오 사장은 한국의 4계절처럼 역동적인 색상을 매장에 표현했다. “여기에 황토와 질그릇, 식물을 이용한 자연친화적인 소품들도 한국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청결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는 청결을 위해 숟가락은 한 번 사용 후 바로 끓는 물로 삶고 조금 무거워도 한식의 품위와 전통을 살리기 위해 궁합이 맞는 옹기 그릇을 사용한다.

전문가 Tip 한식에서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표준화가 급격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요즘은 한식의 기본인 깍두기나 김치도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배송받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거래처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기집도 거래처에 따라 맛과 가격 경쟁력이 달라진다. 원자재 값 상승으로 최근에 창업하는 음식점들은 이전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식은 다른 분야와 달리 가격에 대한 고객의 선입관이 강하고 완고한 편이므로 가격 수준에 맞는 인테리어와 서비스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

중식▶사장도 요리할 수 있어

서울과 대구에 중국음식점 ‘상하이그릴’을 운영하고 있는 임현식(44·사진) 사장은 “중식은 주방장과 불만 잘 다루면 반은 성공”이라고 강조한다. 또 “직접 중식을 요리하지 못하거나 주방 관리에 자신 없는 사람은 가급적 중식당을 창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특히 소자본 창업자라면 직접 자신 주방장이 되겠다는 각오로 조리를 배워야 한단다. 그는 “최근에는 다양한 중식 프랜차이즈가 등장해 본사가 핵심 소스를 공급해 주고 한 달 정도 조리교육을 시켜주는데, 초보자라면 그 방법을 택하는 게 낫다”고 전했다.

청결한 주방 관리도 손님을 끄는 중요한 비결이다. 그는 오픈 주방 개념을 도입했다. 주방을 공개할 경우 세심하게 청결을 유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불을 지피고 현란하게 조리하는 중식은 요리 모습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라 마케팅 효과도 극대화되죠.” 웰빙 바람이 확산되고 있어 조미료와 기름 양을 줄이는 것도 유의할 점이다.

그는 “우리 매장에서는 기름과 조미료를 기존 중식당의 10분의 1 정도만 사용하고 있다”며 “조미료 양을 줄여도 소스 배합 비율만 잘 맞추면 맛을 내는 데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전문가 Tip 중식분식점·고급레스토랑·캐주얼레스토랑·푸드코트형·가격파괴점 등 중식 시장이 세분화하고 있다. 업종 형태에 따라 상권 입지 선정과 메뉴의 범위 설계가 달라진다. 따라서 수많은 중식 메뉴 중에서 어떤 음식을 선택할지, 가격을 어떻게 정할지가 중요하다. 정통 레스토랑이 아니라면 시장조사를 해 팔리는 메뉴를 중심으로 상품의 폭과 넓이를 정해야 한다. 최근에는 중식 소스와 반제품을 공급하고 주방 교육도 해 주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 주방 운영 계획을 짜도록 한다.

일식▶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횟집이나 일식집에 가면 “스키다시 좀 많이 주세요”라고 말하는 손님이 많다. 2003년 서울 인사동에 140석 규모 이자카야를 오픈한 ‘하이카라야’ 한국지사장 민종원(38·사진)씨는 “한국화된 일식의 대표적인 예가 스키다시라고 불리는 곁들임 메뉴”라고 말한다. 하지만 원재료 값이 급상승해 곁들임 메뉴를 이전처럼 제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이카라야의 경우 곁들임 메뉴가 없다. 대신 고급스러운 요리를 싼 가격에 제공한다. 메뉴당 가격은 5000~7000원 선. 그러나 한 사람이 먹는 음식 전체 단가는 1만7000원 정도로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기다 서비스와 인테리어 수준을 높이고 대신 의자당 2000원의 서비스료를 따로 받는다. “품질과 서비스는 고급 일식점 수준이고 메뉴 가격은 저가 주점 수준인데 이 두 가지를 절묘하게 결합시켰죠.”
 
그는 원재료 수급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 일본에서 원재료를 수급하다 보면 환율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해 경영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는 모두 한국 것으로 사용하고 일본 나고야가 원산지인 소량의 특수 재료들은 일본에서 공수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Tip 일식의 경우 이전에는 정통 일식 전문점이나 전문 횟집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고급 분식집 형태를 가미한 스시 및 롤 전문점이나 일식 주점, 캐주얼 레스토랑 타입이 인기를 얻고 있다. 급속히 늘어나는 시푸드 레스토랑도 일식 시장을 뺏어 가는 업종 중 하나다. 국내에서 일식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어 캐주얼 타입이나 주점일 경우에도 청결과 인테리어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일식은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점점 퓨전화하는 추세므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할 경우 창작 메뉴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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